[윤곽 드러나는 검찰 인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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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당초 9일께로 예상됐다 늦춰지며 온갖 억측을 불러일으켰던 검찰 인사가 대략적인 윤곽을 잡았다.

박상천 (朴相千) 법무장관은 10일 청와대를 찾아가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을 만나 인사방향을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론은 '설 직후 인사를 시작해 월내에 끝내고 인사 규모는 소폭 승진에 대폭 자리바꿈' 으로 전해지고 있다.

검찰은 애초에는 대폭인사를 예정했었다.

대전 이종기 (李宗基) 변호사 사건과 심재륜 (沈在淪) 대구고검장의 항명, 평검사들의 집단서명 등으로 만신창이가 된 조직을 인사를 통해 확 끌어안겠다는 계획이었다.

이 계획은 틀어졌다.

대전 李변호사 사건에선 沈고검장을 포함, 검사장 3명이 옷을 벗었다.

여기에다 일부 고검장들이 나가주면 판을 크게 휘저어볼 만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고검장들이 반발했다.

"김태정 (金泰政) 검찰총장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아 최종 승부를 걸어볼 마당인데 내가 왜 나가느냐" 며 항의했다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여러 상황이 빚어졌다.

조직 내부에서 온갖 추측과 소문이 난무하고 수뇌부들간의 감정다툼 양상이 드러난 것이다.

고검장들간에 서로 "나가라" "못나가겠다" "그러면 함께 나가자" 는 등의 말까지 오간 것으로 알려진다.

검찰 인사가 소폭 승진에 대폭 자리바꿈으로 선회한 데는 이런 배경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거기에 朴장관이 오는 22일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의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하기 때문에 기왕 하려면 설 연휴가 끝나는 대로 곧바로 단행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물론 소폭 승진인사로는 또다른 문제가 생겨날 수 있다.

고검장 한자리는 박순용 (朴舜用) 고검장이 0순위지만 혹시 안강민 (安剛民) 대검 형사부장을 명예회복 차원에서 승진시킬 가능성도 전혀 배제하지는 못한다.

문제는 검사장 승진 대상자들이다.

검사장급에서 1~2명 정도가 추가로 용퇴할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그게 안되면 결국 검사장 승진 대상자는 세명뿐이다.

검찰 수뇌부를 곤혹스럽게 하는 건 검사장 승진 1순위인 사시13회의 김대웅 (金大雄) 동부지청장과 정충수 (鄭忠秀) 서부지청장이 전부 호남출신이란 점이다.

거기에 14회의 선두주자로 이름이 거론되는 이범관 (李範觀)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가세한다면 청와대와 호남출신만 승진하는 모양새가 된다.

이렇게 되면 대전사건으로 나간 검사장 2명이 부산출신이기 때문에 자칫 지역감정에 불이 붙을 수 있다.

그래서 수뇌부가 어떤 묘수를 찾아 모두를 만족시킬지 주목된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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