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해를 맞이할 즈음이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화제가 '올해의 운세' 다.
한해 운수에 솔깃하는 마음은 젊은 세대도 마찬가지여서 PC통신이나 인터넷에 있는 '토정비결' '사주' 사이트들이 성시를 이룬다.
그러나 방송사들은 이번 설 연휴 특집을 만들면서 이 문제를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방송위원회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방송위는 올초 주역.토정비결 등을 다룬 프로그램에 대해 징계를 9건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4일 방송한 KBS2 '행복채널' 은 황현정.임성민.신윤주 아나운서를 초대해 새해 소망에 대한 얘기를 나누면서 세 사람의 올해 토정비결을 풀어 설명하는 내용을 방송했다가 '주의' 를 받았다.
또 지난달 8일엔 탤런트 이의정을 출연시켜 이야기를 나누면서 남자친구와의 궁합을 역학자에게 듣는 순서를 마련해 '경고' 를 받았다.
울산MBC의 경우 주역 연구가가 나와 토끼띠의 99년 애정.사업운 등을 풀이하는 내용을 방송해 '경고' 를 받는 등 징계가 무려 6건에 달했다.
SBS 역시 지난달 18일 '한선교.정은아의 좋은 아침' 에서 얼마전 이혼한 탤런트 이상아를 초대, 역학자로 하여금 인생 운세를 진단하도록 해 '경고' 를 받았다.
방송위의 이같은 결정은 '방송은 사주.점술.관상.수상 등을 다룰 때에는 인생을 예측하는 보편적인 방법으로 인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는 심의규정 55조 '비과학적 생활태도 조장금지' 조항에 따른 것. 하지만 이에 대한 방송사측의 불만도 적지 않다.
토정비결이나 궁합은 어차피 심심풀이 차원 아니냐는 것. '비과학적 생활태도 조장' 의 개념 또한 애매하다는 반론이다.
한 관계자는 "이 개념을 엄격하게 적용한다면 소위 서양과학으로 입증되지 않은 민간 요법 등을 소개하는 프로를 전부 징계해야 하는 것 아니냐" 며 "시청자들의 수준이 웬만한 내용은 알아서 소화할 수 있을 정도는 된다" 고 말했다.
방송사측은 또 "물론 심의 규정은 존중돼야 하지만 사회의 흐름에 비해 방송위의 잣대가 지나치게 경직된 것 같다" 는 견해를 밝혔다.
강주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