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꿈 펼치는 태권도 김제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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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화려한 서른 잔치가 시작됐다. 현역 최고참이자 '태권도의 지존' 으로 통하는 남자 헤비급 김제경 (30) 이 삼성물산에서 에스원으로 유니폼을 갈아입고 2000년 시드니올림픽 제패를 다짐하며 8일부터 국기원에서 벌어지는 국가대표 선발전에 나선다.

김은 지난해 방콕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태권도 선수라면 환갑에 속하는 자신의 나이를 감안, 은퇴를 고려했다.

그러나 막상 은퇴를 결심한 김의 눈앞에는 20여년에 걸친 태권도 인생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받아주는 팀이 없어 힘들게 동아대에 진학했던 일, 무명의 설움을 씻기 위해 매트에 쏟은 땀과 눈물, 그리고 91년 태극마크를 단 뒤 세계선수권 3연패 및 최초의 그랜드슬래머 (월드컵.아시아선수권.아시안게임.세계선수권.올림픽).

순간 태권도 선수로서 남부럽지 않은 화려한 전적을 쌓은 김의 마음 한구석에 어딘지 모를 허전함이 밀려왔다. 진정한 그랜드슬래머에 대한 욕심이었다.

정식종목으로 처음 채택된 시드니올림픽 금메달에 대한 강한 욕구는 결국 김의 도복끈을 다시 고쳐 매게 했다.

김은 "새로운 기분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획득해 선수생활의 대미를 장식하고 싶다" 는 각오를 밝혔다.

에스원 김세혁 감독은 "노련한 경기운영은 세계 최고 수준" 이라며 "과감한 공격력과 주먹기술을 보완하면 금메달은 확실하다" 고 평가했다.

김현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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