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에 총탄 41발 잔혹한 '뉴욕캅스' 인종차별 궁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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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미국 뉴욕 한복판에서 경찰관들이 난사한 총기에 갓 이민 온 아프리카 흑인 1명이 숨진 사건이 발생했다.

인권단체와 소수민족사회는 즉각 "소수민족에 대한 가혹행위로 악명이 높은 뉴욕 시경 경찰관들이 그 '명성' 에 걸맞은 잔혹행위를 저질렀다" 며 거세게 항의, 인권문제.소수인종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뉴욕 시경 거리범죄대책반 소속 백인 경관 4명은 5일 새벽 (현지시간) 맨해튼에서 모자 행상일을 마치고 자신의 아파트로 들어가려던 아프리카 기니 출신의 아마도 디알로 (22) 를 무차별 난사했다.

발사된 총알은 무려 41발. 디알로는 그 중 19발을 몸에 맞았으며, 내장이 성한 곳이 없을 정도로 만신창이가 돼 숨졌다.

이들 경관은 강간 피의자를 추적하던 중 아파트 현관문 앞에 서 있는 디알로를 발견, 검문하려 했으나 그가 지시대로 따르지 않고 오히려 '총을 꺼내려는 움직임' 을 보여 발포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숨진 디알로에게서 총은 발견되지 않았다.

게다가 그는 전과기록도 없었고, 술.담배도 하지 않는 독실한 회교도로 밝혀졌다.

2년6개월전 미국에 이민, 하루 12시간씩 일해 번 돈을 모두 기니의 가족에게 송금해온 성실한 청년이기도 했다.

이웃들은 그를 말수가 적고 착한 사람이라고 평하면서 "만약 그가 경찰의 지시에 불응했다면 그것은 아마 언어장벽에서 기인한 오해 때문이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이 사건이 터지자 국제사면위원회 미국 지부 등 인권단체들은 경찰의 공권력 남용과 야만성을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했다.

뉴욕 거주 기니 출신 이민자 대표들도 연일 유엔 주재 기니 대표부에서 규탄집회를 열고 있다.

여론의 반발이 거세지자 맨해튼지구 연방검사실도 이례적으로 사건 초기부터 개입, 브롱크스 검찰과 공동으로 사건을 조사하고있다.

루돌프 줄리아니 뉴욕시장과 하워드 사피르 경찰위원장은 사건 직후 "한 개인에게 무려 41발이나 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도 쇼크" 라면서 "현재 그 이유를 조사중" 이라고 말했다.

뉴욕 경찰은 지난 97년에도 애브너 루이마 (당시 30세) 라는 아이티 이민자에게 끔찍한 가혹행위를 해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뉴욕 = 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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