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륜 이임]'정치검찰 되지마라'후배들에 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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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이 자리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겠습니다. 눈물은 아무데서나 흘리는 것이 아닙니다. 눈물은 역사 앞에 떳떳해야지 출세나 영달을 위해 가식돼서는 안됩니다. 권력에 대한 향수가 눈물보다 진해서야 되겠습니까. "

이종기 (李宗基) 변호사의 수임비리 사건에 연루, 항명.직무집행정지 과정을 거쳐 면직처분을 받은 심재륜 (沈在淪) 대구고검장이 5일 오후 3시 대구고검 4층 대회의실에서 이임식을 가졌다.

그는 미리 준비한 A4용지 4쪽 분량의 이임사를 통해 항명파동 이후 아꼈던 말을 쏟아냈다.

그는 "검찰이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잃은 것은 국민의 편에 서서 국민을 바라보며 일하지 않고 개인의 영달만 추구하기 위해 권력만을 바라보고 일해 온 일부 '정치검사' 들이 남겨놓은 업보때문" 이라며 그동안의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영예로운 꽃다발을 흔들며 퇴직하고 싶던 소박했던 소망마저 이루지 못하고 '항명아닌 항명' 의 면직결정으로 부끄럽지 않은데 부끄럽게 물러나게 됐다" 며 '비통한' 심정을 내비쳤다.

그는 "일상의 경우에는 침묵이 미덕이지만 역사는 때로 용기있는 결단을 요구한다" 며 '항명' 의 이유도 밝혔다.

그는 "검찰은 정의의 수호자인 동시에 시비곡직을 가리는 기관이다. 그래서 고도의 자격과 자질, 그리고 이를 지탱해주는 도덕과 윤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 직무를 포기하고 도리어 사태를 정치적으로 해결하거나 편의에 따라 자의적으로 아무렇게나 옥석을 가린다면 이미 본연의 검찰이 아니다" 며 검찰이 환골탈태할 것을 당부했다.

그는 "검찰이 '원죄' 에서 해방돼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않고 정의의 원칙과 형평의 기준에 의해서만 움직이면서 검찰의 부활을 떳떳하게 외치는 것을 지켜보겠다" 며 검찰 수뇌부의 각성을 당부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시구 하나를 인용하겠다" 며 한용운의 '님의 침묵' 한 구절을 읽었다.

"우리는 만날 때 헤어질 것을 염려한 것처럼 떠날 때는 다시 만날 것을 굳게 믿습니다. " 그는 대구고검.지검 검사와 직원등 70명과 악수를 나눈 뒤 26년10개월 동안 몸담았던 검찰을 떠났다.

대구 = 홍권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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