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하토야마는 말이 통하는 사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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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6월 5일 청와대를 방문한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민주당 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청와대는 일본 민주당으로부터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가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하고 싶다는 타진을 받았다. 갑작스럽게 이뤄진 면담이었지만 결과는 뜻밖의 성공작이었다. 당초 10분으로 예정된 면담은 즉석에서 30분으로 늘어났다.

하토야마는 이 자리에서 민주당이 한국을 각별히 여기고 있음을 밝혔다. 그는 “일본에서 정권 교체가 실현되면 한·일 관계를 더욱 강화하자” “(이명박) 대통령과도 개인적인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며 진솔한 자세로 접근했다. 형식적인 만남이 아니라 깊은 교류 의지를 갖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은 올 3월 민주당의 주요 의원 20명이 ‘전략적 한·일 관계를 구축하는 의원 모임’을 결성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하토야마는 2005년 민주당 대표를 역임한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부대표가 회장인 이 모임의 고문이었다. 주로 젊은 의원들로, 차세대 지도자들이 대거 포함됐다. 이 대통령은 하토야마에 대해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두 사람은 이날 기분 좋은 얼굴로 헤어졌다.

하토야마는 당시 현인택 통일부 장관과도 만나 대북 문제 공조를 논의했다. 결과적으로는 당시 하토야마의 청와대 방문은 일본의 정권 교체 이후 진행될 한·일 양국 협력의 첫 단추가 됐다.

하토야마의 한국 인연 맺기는 노무현 정권 때도 활발했다. 그는 2004년 8월 민주당 내 ‘한·일의원교류위원회’ 소속 의원인 센고쿠 요시토(仙谷由人) 등 12명의 방한단을 이끌고 2박3일간 체류했다. 이때도 하토야마 일행은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신기남 당의장 등 한국 정계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특히 오랫동안 야당 생활을 해와 야당의 입장과 처지를 잘 아는 일본 민주당 방한단은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 등과도 만나 친분을 쌓았다.

하토야마는 이같이 한국의 여야 정당과 균형을 맞춰 교류한 결과 2008년 한나라당이 여당이 된 뒤에도 한국의 집권 정당과 대화 창구를 유지할 수 있었다.

올해 방한했을 때도 하토야마는 박근혜 전 대표와 만나 개인 안부와 정권 교체 의지 등을 전달했다. 마에하라 부대표·나가시마 아키히사(長島昭久) 중의원 등 핵심 간부들도 자리를 함께했다.

민주당의 ‘최고 실력자’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대행은 오랫동안 한국 정치인들과 폭넓은 교류를 해 왔다. 지난해 2월에도 한국에서 정권이 바뀌자 방한해 당시 이 대통령 당선인을 만났다. 오자와는 당시 재일동포에 대한 지방참정권 부여 문제와 북핵 문제, 한반도 정세에 대해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민주당 대표를 역임한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은 2007년 대선에서 여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정동영 의원과 친분을 쌓아 왔다. 그는 7월 말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명박 대통령과는 취임 전에 두 차례 만나 얼굴을 익힐 기회가 있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는 추미애 민주당 의원과도 폭탄주를 마실 정도로 인연을 쌓았다.

민주당이 한국을 중시하는 것은 ‘가장 가까운 이웃이면서 가장 불편한 관계’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가까운 한국부터 ‘내 편’으로 만들어야 ‘미국 일변도에서 아시아 중시’라는 민주당 외교 정책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사 문제를 적극 해결하려는 것도 이런 외교정책에서 나왔다. 이 같은 관계 개선을 토대로 국제 사회에서 더욱 목소리를 내려는 것이 민주당의 방침이기도 하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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