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의 재발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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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호 16면

하이브리드 클럽

“하이브리드(hybrid)와 유틸리티(utility), 도대체 뭐가 다른가요?”
최근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PGA챔피언십 마지막 날 18번 홀에서 양용은의 그림 같은 샷을 지켜본 사람들이 하는 말이다. 덩달아 하이브리드 클럽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단다. 이른바 ‘양용은 효과’다.

정제원의 캘리포니아 골프 <74>

그날, 18번 홀에서 양용은은 3번 하이브리드 클럽을 잡고 나뭇가지를 피해 멋진 샷을 했다. 200야드를 넘게 날아간 공은 홀 3m거리에 사뿐하게 내려앉았고, 그는 쉽게 버디를 추가했다. 하이브리드의 위력을 새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하이브리드는 ‘혼성’ 또는 ‘병용’이라는 뜻이다. 유틸리티는 ‘유용’ ‘효용’이라는 말로 번역하면 큰 무리가 없을 듯싶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이브리드와 유틸리티 클럽은 큰 차이가 없다. 두 클럽을 구분할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뜻이다. 골프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혼용돼 쓰인다. 굳이 구별하자면 하이브리드는 롱아이언의 대체용이고, 유틸리티는 페어웨이 우드를 대신하는 클럽 정도로 생각하면 될 것 같다.

먼저 등장한 클럽은 유틸리티다. 페어웨이 우드의 장점에 아이언의 정확성을 가미한 클럽이라는 설명이 곁들여졌다. 그런데 최근엔 하이브리드 클럽이 눈에 많이 띈다. 하이브리드는 주로 롱아이언(3~5번)을 대신해 사용하는 클럽이다.

양용은이 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이후 하이브리드 클럽이 큰 인기를 끌면서 품귀현상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특히 그가 사용했던 테일러메이드의 하이브리드 클럽은 없어서 못 팔 지경이란다. (하이브리드의 헤드가 고구마를 닮았다고 해서) ‘고구마’ 전성시대란 말도 나온다.

그렇다면 하이브리드 클럽은 언제, 어떻게 사용하면 될까. 하이브리드 클럽의 제원과 특성부터 파악하면 굿 샷을 하는 데 도움이 될 듯싶다. 대개 4번 하이브리드의 로프트는 22도, 5번은 25도 내외다. 이에 비해 4번 아이언의 로프트는 21도, 5번 아이언은 24도다. 하이브리드의 로프트가 아이언의 로프트보다 1도가량 큰 셈이다. 로프트가 크다는 건 공을 쉽게 띄울 수 있다는 뜻이다.

하이브리드 클럽은 공을 쉽게 띄울 수 있게 설계돼 있으므로 아이언처럼 다운블로로 찍어쳐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페어웨이 우드처럼 쓸어칠 필요도 없다. 몸의 중앙보다 약간 왼쪽에 공을 놓고 어퍼블로로 가볍게 공을 맞히면 된다.

그런데 남자가 하이브리드 클럽을 사용하는 게 자존심 상한다고? 이건 정말 시대의 흐름을 모르고 하는 이야기다. 최신 트렌드와 눈부신 기술의 발전을 외면해 봤자 돌아오는 건 손해뿐이다. 메이저 챔피언 양용은의 클럽 구성을 보자. 그는 드라이버와 3번, 5번 우드 이외에도 3번과 4번 하이브리드 클럽을 골프백에 넣고 다닌다.

똑바로 멀리 칠 수만 있으면 됐지, 그게 하이브리드면 어떻고, 유틸리티 클럽이면 어떻단 말인가. 스코어를 줄일 욕심이 있다면 알량한 자존심일랑 버리고 하이브리드 샷을 갈고 닦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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