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레이더] 탈진場 섣부른 기동 무리…휴식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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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지난 주 주식시장은 '급락후의 반등 시도' 로 요약할 수 있다. 하지만 27일 (수) 의 33.97포인트 상승을 제외하면 뚜렷한 방향이 없었다고 말할 수 있다.

29일 (금) 의 거래량 1억7천만주는 15일의 2억9천만주, 22일의 2억1천만주에 비하면 격세지감을 느낄 정도로 한산한 것이었다. 대부분 기술지표들이 바닥에 닿아 있는 이상 주가가 당장에 크게 하락할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고 해서 큰 폭 상승을 기대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지난해 12월에서 이달초까지 '체력 소모' 가 지나쳐 시장은 거의 탈진한 상태처럼 보인다. 아무리 기운을 써봐도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꼴이다. 그까짓 폐쇄형펀드 몇 개 가지고 시장이 움직일 계제는 아니란 얘기다.

절대 규모로 보나 느낌으로 보나 이번 달에 있을 1조4천억원의 유상증자가 더 커 보인다. 기력이 회복될 때까지 쉬는 수 밖에 없다.

"이번 주부터 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매수에 나설 것" 이란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 역시 믿지 않는 것이 좋다.

뉴욕에서 1주일 머무는 동안 만나는 사람마다 물어보았다. 한국의 신용등급이 '투자적격' 으로 올랐으니 당장 서울로 몰려갈 거냐고. 대답은 한결같이 '노' 였다.

장기적으로 플러스임에는 틀림없지만 신용등급은 투자결정시 고려되는 여러가지 요소중 한 개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미 주가에 충분히 반영된 재료가 아닌가. 이 현상은 마지막 남은 무디스가 등급을 상향조정해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모건스탠리의 신흥시장 분석실장인 에이미 폴스는 "2~3년내 A (S&P가 이번에 부여한 BBB - 보다 3계단 높은 등급) 까지 올라갈 것" 으로 예견했다. 그만큼 앞서 가고 있는 셈이다.

한국이 신흥시장중에선 상대적으로 나아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더욱이 지난해 1백% 넘는 주가상승 (달러기준) 은 분명 매력적인 수익률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브라질이 불안하고 중국도 앞을 내다볼 수 없다. 지난 주 나온 발표를 보면 미국 경제는 과열이라 부를 만큼 내닫고 있다. 이로써 상반기중 미국의 금리인하는 일어나지 않을 확률이 높아졌다. 결국 더 지켜보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한국을 조금이라도 아는 외국인이라면 한국의 구조조정이 얼마나 어려운 과제인지 알고 있다. 모멘텀 플레이어 (흐름을 타는 단기투자가) 를 제외하면 거시경제지표가 일시 나아진다고 해서 덜컥 주문을 내진 않을 것이다. 개별기업의 수익성을 따지는 보수적인 투자가들이 시장을 주도할 때 주가는 본격적인 상승기류를 탈 것이다.

권성철 증권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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