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전용기 4년간 빌려 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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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정부는 그간 논란이 되어 왔던 대통령 전용기와 관련, 보잉 747급 대형 항공기 한 대를 내년부터 4년간 빌려 쓰기로 결론지었다. 국방부는 이 같은 계획을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했다. 국방위 관계자는 28일 “국방부가 지난달 기획재정부에 2010년도 예산안을 제출하면서 ‘대통령 특별기 임차료’ 명목으로 137억원(착수금)을 신청했다”고 전했다. 내년 8월~2014년 8월 4년간 임차할 대통령 전용기는 150명이 탑승해 미국·유럽까지 논스톱 운항이 가능한 보잉 747급 항공기다. 4년간 총 임차비용은 1157억원이다. 조종사 양성비도 포함된 액수다. 국방위 관계자는 “기종은 국내 민항업체에서 써온 보잉 747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기존의 대통령 전용기(보잉 737기)는 내년 중 도태 처분될 것”이라 전했다. 1985년 도입한 기존 전용기는 기령이 24년으로 노후한 데다 탑승인원이 40명뿐이고 항속거리도 3400㎞에 불과해 동남아권까지밖에 운항할 수 없었다. 미사일 등의 공격에 대비한 보호시설도 전무하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2006년과 지난해 전용기를 구매키로 하고, 예산을 올렸으나 “경제가 어렵다”는 정치권의 반대로 잇따라 무산됐다. 방위사업청은 지난달 기획재정부에 올린 내년 예산안에도 2014년까지 전용기 도입을 목표로 120억원의 착수금을 올렸었다. 그러나 청와대가 내년 국방예산 증가율을 3.5% 선으로 낮출 방침이어서 ‘3수’째인 전용기 도입은 또다시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정부는 이에 따라 “향후 4년간 전용기 교체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대통령 순방 때마다 전세기를 빌리고, 개조·도색하는 데 드는 비용과 시간 손실이 너무 크다”며 “전용기가 교체될 때까진 장기 임차해 쓰는 게 대안”이라고 국방위 측에 설명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대통령의 국내출장엔 기존 전용기가 이용됐으나 대형 항공기가 임차되면 새 항공기로 다니게 된다 .

문제는 전용기 도입이 늦춰지면서 비용이 갈수록 급증하는 대목이다. 정부가 처음 전용기 교체를 추진했던 2006년 당시 총비용은 1600억여원으로 계상됐으 나 올해는 항공기 가격 상승 등의 요인에 따라 두 배가 넘는 3300억여원으로 올랐다. 국방위 관계자는 “내년 예산에도 전용기 도입이 무산되면 4년으로 정한 임차기간도 연장될 수밖에 없고, 전용기 가격도 올라가 국민부담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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