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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우리의 자유, 누군가에게 빚진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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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인권을 외치다
류은숙 지음
푸른숲, 328쪽
1만5000원

인권에 관한 각종 선언· 조약· 노래 등 문헌자료를 엮은 책이다. ‘런던부랑인의 절규’ 등 귀한 자료에 인권운동가인 저자 나름의 생각을 덧붙인 형식이어서 자료적 가치도 높고 생각거리도 넘친다. “어떤 사람은 노동에 지치고 모든 것이 모자란 반면 어떤 사람은 전혀 일하지 않고 사치스럽게 사는 곳에는 압제가 있다.”

18세기 말 프랑스 저널리스트 그라쿠스 봐뵈프가 주장한 ‘바뵈프의 원칙’이다. 그는 프랑스 혁명 와중에 “불평등한 분배는 예속과 불행의 원천”이라며 경제 민주화를 요구하다 단두대로 끌려갔다.

“타당한 권위로 통치되는 정부의 여하한 조치에 반대하거나 또는 법률의 시행을 방해할 목적으로…누구든지 불법적으로 결합하거나 공모한다면…5000달러 이하의 벌금과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이건 1794년과 1908년 두 차례 제정되었던 미국의 ‘선동법’ 중 일부다. 이 법에 따라 미국 정부, 의회, 대통령에 반해 글 쓰고, 말하고, 출판하는 행위는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범죄로 규정되었다. 당초 프랑스와의 외교분쟁, 즉 ‘XYZ 사건’ 와중에 마련됐지만 언론의 자유에 재갈을 물린 조치였다.

이런 사실을 아는 이가 얼마나 될까. 이 책이 역사흐름을 살피는 데도 쓸모있는 까닭이다. 단 “법에 대한 존경심보다는 먼저 정의에 대한 존경심을 기르는 것이 바람직하다”(헨리 데이비드 소로), “참을 수 없는 악이 시민불복종을 정당화한다”(노암 촘스키) 등 ‘가시’가 수두룩해 나으리들은 읽기 불편할 법하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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