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개추위, 검찰 입장 수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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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규 법무부 장관과 한승헌 사개추위 위원장(右)이 3일 오후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서 형사소송법 개정 문제를 논의한 뒤 악수하고 있다. [YTN-TV 촬영]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사개추위)가 3일 형사소송법 개정 추진 과정에 검찰 측의 요구를 대폭 수용하기로 하면서 두 기관의 갈등이 상당부분 해소될 전망이다. 지난달 27일 대검이 수도권 검사장 회의를 긴급 소집하면서 갈등이 표면화된 지 6일 만이다.

이에 따라 지역별로 평검사 회의를 열며 반발해 온 검사들도 집단 움직임을 자제할 것으로 보인다.

◆ 사개추위에 불리한 여론=사개추위는 "1년6개월 동안 논의돼 온 것을 왜 이제 와서 문제삼는지 모르겠다""공판중심주의는 세계적 흐름"이라며 그동안 검찰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그러나 여론이 사개추위에 불리하게 형성되기 시작했다. 피고인.피의자의 인권도 중요하지만 피해자의 인권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퍼져나갔다. 사개추위의 방안은 현실에 맞지 않는 '고비용 저효율'사법제도라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여기에다 검찰의 반발이 예상 밖으로 거셌다. 특히 평검사 회의가 이어지면서 검찰의 주장이 부각되자 사개추위는 입장은 급선회했다.

사개추위 관계자는 "검찰이 조직적으로 나설 줄 전혀 예상치 못했다"고 말했다.

◆ 법무장관-사개추위 위원장 긴급 회동=김승규 법무부 장관과 한승헌 사개추위 위원장은 3일 오후 서울 종로의 한 음식점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하며 '대타협'을 이끌어냈다. 이날 회동은 김 장관의 제의로 이뤄졌으며 사개추위 김선수(청와대 사법개혁비서관) 기획추진단장과 이석수(부장검사) 실무2팀장이 배석한 가운데 두 시간 동안 계속됐다.

김 장관은 "사법 개혁과 관련한 관심 사항에 대해 충분히 의견을 교환했다. 피고인의 방어권과 실체적 진실 발견을 조화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앞으로 바람직한 공판중심주의의 실현을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도 밝은 표정으로 "검찰 의견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 보다 좋은 방안을 찾기 위해 합리적으로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판중심주의 도입과 피고인 인권 보호에 두 사람이 동의했다"며 "법 개정 추진 일정은 정해진 대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이견이 해소됐으며 법 개정에 두 기관이 공동 보조를 맞추기로 했음을 암시했다. 두 사람의 회동 직후 사개추위 실무자에게서 구체적인 '입장 변화'방침이 확인됐다.

◆ 검찰 반발 수그러들 듯=평검사들이 9일께 열기로 한 전국 평검사 회의 개최가 불투명하게 됐다. 자신들의 요구 조건이 거의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일선 지검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는 평검사 회의도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 서울중앙지검 평검사 회의에 이어 부산.대구지검의 평검사들도 3일 오후 긴급 회의를 열고 의견을 모았다.

한편 대검은 검사장급인 대검 부장검사들을 일선 지검에 내려보내 사개추위의 형사소송법 개정 방안 등을 설명하기로 했다.

김상우.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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