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화제]일민미술관 '미메시스의 정원'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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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1960년대 서구에서 크게 유행했던 키네틱 아트.옵티컬 아트 등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움직임' 이라는 미학적 요소를 포착하고자 했다. 작품 안에 모터나 전기.자석 등을 사용해 직접 움직이게도 하고, 라파엘 소토나 빅토르 바자렐리같은 작가는 관람객들의 동작에서 빚어지는 착시효과를 이용하기도 했다.

여기에 근원을 둔 것이 비디오 아트.홀로그래피 등 과학기술과 예술의 접목을 시도한 장르들. 백남준이라는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가 있음에도 아직 국내 활동은 미미한 상황이다.

세계적 흐름에서 매우 늦은 감은 있지만 일민미술관이 지난 26일부터 테크놀로지 아트전 '미메시스의 정원' 을 열었다. 기술문명이 과연 인간 행복의 충분조건인지 의문이 제기될만큼 기술력과 생활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돼버렸다.

미술 역시 이 주제에서 고개를 돌리기 어려웠다. 모더니즘과 확연히 구분되는 새로운 조형언어로서 테크놀로지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 이 전시는 이러한 환경의 변화를 인간을 둘러싼 생태적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통해 읽어내려 한다. 02 - 771 - 7772.

올리버 그림, 안수진, 최우람, 조용신.문애영, 문주.임영선.정인엽 등 총 5개팀이 꾸미는 '모방 (미메시스) 의 정원' 은 몇 가지 경향으로 나눠볼 수 있다.

우선 키네틱 아트 계열의 움직임이 있는 기계장치류, 비디오.슬라이드 등 영상매체를 이용한 비주얼 이미지 작업, '비디오 스컬처' (video sculpture) 라 불리는 설치작업, 그리고 60~70년대 유행했던 플럭서스의 특징인 관객소통.관객참여 개념을 끌어온 퍼포먼스 등이다.

사람이 다가갈 때마다 센서의 감응으로 숙주버섯이 움직이는 '문명 - 숙주' , 곤충을 잡아먹는 기계인 '칩충지옥' , 황량한 사막의 풍경이 영상으로 펼쳐지는 위에 붉은 선인장과 생명공학을 상징하는 알약이 놓여진 '성 (性) 의 정원' 등 현대 문명 속에 자리잡은 생명체들의 모습이 골고루 스쳐 지나간다.

28일까지. 5일 오후3시에는 비디오 아티스트 육근병씨가 '디지털 시대의 예술, 그 현실과 전망' 이란 주제로 강연한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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