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재륜 파동]검찰 '위에선 입단속',일선 검사들 동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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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심재륜 (沈在淪) 대구고검장의 성명서 파동 이후 검찰이 태풍에 휩싸였다.

일선 검사들은 "강골 (强骨) 검사로 소문난 沈고검장이 기어코 할 말을 했다" 고 심정적 동조를 보내는가 하면 "조직원으로서 지나친 행동이었다" 고 엇갈린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법무부와 대검 지휘부는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반면 시민단체들은 이날 집회와 성명을 통해 검찰 수뇌부 퇴진과 법조개혁을 촉구했다.

◇ 검찰 지침 = 법무부와 대검은 28일 박상천 (朴相千) 법무장관과 김태정 (金泰政) 검찰총장 주재로 잇따라 대책회의를 갖고 사태수습책을 논의했다.

일선 지검.지청에선 이날 오전 일제히 전체 검사회의가 소집돼 "이번 사건과 관련한 개인적 논평을 일절 금지한다" 는 대검의 방침이 전달됐다.

또 일선 부장검사들에게는 沈고검장의 비리의혹과 관련한 '긴급 업무연락' 이 내려갔다.

대검 감찰부장 명의의 이 문건에는 沈고검장의 사건소개 경위와 금품.향응 수수, 부하 검사를 통한 이종기 (李宗基) 변호사 특별면회 등 혐의사실이 A4용지 두 쪽으로 요약돼 있었고 "검사들에 대한 교육자료로 활용하라" 는 지침이 적혀 있었다.

◇ 일선 검사 = 하지만 일선 검사들은 심하게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말을 아끼는 가운데에서도 수뇌부를 성토하는 과감한 발언이 터져나왔다.

수도권지역의 한 검사는 "沈고검장의 말에 틀린 것이 별로 없다. 검사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해왔지만 조직 생리상 말을 못했던 것뿐이다. 검찰이 '권력의 시녀' 란 불명예를 뒤집어쓴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그동안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반성한 적이 있느냐" 고 반문했다.

서울고검의 한 검사는 "이 사건을 일과성 해프닝으로 보거나 궁지에 몰린 개인의 몸부림으로 치부하면 안된다. 沈고검장의 발언 경위에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검찰이 거듭나기 위한 계기로 삼아야 한다" 고 말했다.

또 지방의 한 부장검사는 "沈고검장의 비리의혹을 열거해 전국 검찰에 내려보낸 것은 치졸한 대응" 이라며 "수뇌부가 이번 사태를 沈고검장 개인문제로 국한시키려는 듯한데 검찰개혁을 바라는 국민여론에 비하면 지나치게 안일한 대응이란 느낌이 앞선다" 고 말했다.

반면 沈고검장의 발언을 '돌출행동' '하극상' 으로 비판하는 반론도 적지 않았다.

한 부장검사는 "고검장까지 지낸 분이 그런 식으로 분란을 일으킨데 대해 환멸을 느낀다" 고 말했다.

◇ 시민단체 = 참여연대는 28일 서울서초구서초동 대검청사 앞에서 집회를 갖고 "법조계 위신 추락의 근본 원인이 법조계 내부에 있다는 沈고검장의 지적에 공감한다" 며 "검찰 수뇌부를 교체하고 검찰개혁을 단행하라" 고 요구했다.

시민개혁포럼 (실무위원장 徐京錫) 도 이날 성명을 통해 "국민의 사법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며 "존경받는 인물로 검찰 수뇌부를 재구성하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이룰 수 있는 제도적 방지책을 마련하라" 고 촉구했다.

예영준.배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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