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김선홍씨 정치자금 제공 시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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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국회 'IMF 환란 조사특위' 는 28일 기아그룹 김선홍 (金善弘) 전 회장과 이기호 전 종합기획실장을 증인으로, 한승준 전 부회장 등 5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환란위기를 촉발한 기아사태의 전말과 金전회장의 정치권에 대한 자금제공 여부 등을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金전회장은 청문회에서 "기밀비를 사용, 정치인들에게 인사치레로 돈을 줬다" 고 말해 정치권에 자금을 준 사실 자체에 대해서는 시인. 또 이신행 (李信行) 전 의원에 대한 자금 지원과 관련해서는 "주식매각을 통해 16억원을 준 적이 있다" 고 증언했다.

金전회장은 이어 "96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오정소 안기부 제1차장이 전화를 걸어 이신행씨를 지원해 주라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고 밝혔다.

한편 이건개 (李健介.자민련) 의원은 "92년 9월 말부터 당시 김영삼 (金泳三) 대통령후보 진영의 사람들이 하얏트 호텔 1916호를 아지트로 삼아 대기업 총수들과 저녁식사를 하며 대선자금을 받은 의혹이 있다" 고 주장했다.

김영환 (金榮煥.국민회의) 의원은 "기아그룹이 정치권에 자금을 제공했다는 장부를 입수했다" 며 "기아가 95년부터 97년까지 당시 여권에 25억9천3백만원을 준 것으로 나타나 있다" 고 주장했다.

金전회장은 이에 대해 "어느 자료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당시 정치풍토에서 기업하는 사람으로서는 살아남기 어려웠던 점을 이해해주기 바란다" 는 말로 인정했다.

그러나 金전회장은 비자금 규모와 제공대상자를 적어 놓았다는 이른바 '김선홍 리스트' 의 존재여부에 대해서는 "그런 사실이 없다. 나는 전혀 모르는 사실" 이라고 부인했다.

또 기아의 비자금 조성 핵심으로 추정돼 온 일본내 현지법인 '기아저팬' 에 대해서도 "단지 설비.기술구입의 창구일 뿐 비자금 조성으로 이용된 적은 없다" 고 강력히 부인했다.

金전회장은 기아의 경영권에 대한 집착이 기아사태를 불러일으켰다는 지적에 대해 "당시 상황으로서는 내 행동이 옳았다고 생각한다" 고 말했다.

金전회장은 " '기아 흔들기' 가 부도의 한 원인이 됐다고 생각한다" 면서도 "그러나 삼성 음모설이 없었다면 재기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말은 확대해석" 이라고 진술했다.

金전회장은 또 "기아그룹이 91년부터 97년까지 분식결산을 통해 모두 4조5천억원의 적자를 감춘 것은 나의 지시에 의해 이뤄진 것" 이라고 밝혔다.

참고인으로 나선 홍종만 삼성자동차 사장은 " '신수종 사업 보고서' 등 삼성의 기아인수와 관련해 떠돌았던 문건들은 직원이 개인적으로 작성한 것" 이라며 "삼성의 기아인수와 관련돼 나돌았던 다른 소문들도 사실과는 관계없는 것" 이라고 말했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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