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39쇼핑' 쇼호스트로 활약하는 고려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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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왕년의 인기 아나운서 고려진 (高麗珍.57) 은 예순을 코앞에 둔 지금도 여전히 '현역' 이다.

그것도 아나운서로서가 아닌 케이블TV에서 상품을 소개하고 파는 '쇼 호스트' 란 새로운 직종의 선구자로서 - . 95년 8월 '39쇼핑' 개국 때부터 지금까지 하루 2시간 이상의 생방송을 한주 내내 활기차게 이끌고 있다.

처음엔 "쉰이 넘었는데 방송을 잘 할 수 있겠느냐" 고 우려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러나 "50대는 50대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는 한마디로 일축할 만큼 高씨는 자신이 있었다.

실제로 그녀는 2시간동안 2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을 만큼 발군의 실력을 보였다.

"상품 판매원을 하면 지금까지 지녀왔던 아나운서로서의 이미지를 잃지 않을까 고민했어요. 그래서 나름대로 전문성 확보에 주력했죠. 단순히 물건만 판다기보다 '이런 물건이 이 가격에 나왔는데 이렇게 사용하면 좋다' 라고 조언해줄 수 있는 옆집 아줌마가 되려고 노력했습니다. "

제1회 미스 탐라.제주KBS라디오 아나운서를 거쳐 64년 TBC개국시 특채돼 '쇼 파노라마' '동서남북' '가로수를 누비며' 등 각종 프로그램에서 들려주던 특유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는 여전하다.

"비결이라면 주부들이 알고 싶은 것을 정확히 알려준다는 것이죠. 여기에 지금까지 살아온 경험과 지식을 덧붙여 젊은 호스트들과 차별성을 부각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물론 많이 팔아도 제게 남는 건 없어요. 연봉제니까. "

현재 '세상의 모든 보석' '김창숙 의류전' 등 보석.모피.의류 프로그램에 주로 나서고 있는데 가장 재미있게 판 품목은 주방용품이라고.

"시청자들은 냉혹합니다. 젊은 사람들보다 두세배 연구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금방 '저 여자 왜 또 나왔니' 하거든요. 절대로 봐주지 않아요. "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동료들의 모습을 30년간 보아왔기에 그녀는 자기관리에 철저하다.

주3회 에어로빅으로 몸을 관리하고 TV보는 시간에도 가정용 헬스기구를 이용, 체력을 다진다.

이 때문에 아직도 40대로 보인다.

"컴퓨터도 팔아보고 싶습니다. 사실 컴퓨터야말로 40~50대 주부들에게 정말 필요한 제품이거든요. 주식투자를 하거나 인터넷으로 외국에서 공부하는 자녀들과 연락한다든지…. 정말 재미있을 것 같지 않아요?"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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