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의 제니스사 구조조정에 불만…美소액주주 집단소송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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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미국 제니스사의 소액주주들이 최대주주 LG그룹의 구조조정 계획에 불만을 품고 미 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27일 LG그룹 관계자는 "제니스사의 소액주주가 지난해 8월과 올초 등 두번에 걸쳐 뉴저지주 주립법원에 소액주주 집단소송 제기를 위한 '주주대표권 인정소송' 을 제기했으며 소송 대상은 LG반도체.LG전자 등 계열사들과 구자홍 LG전자사장 등 제니스 임원들" 이라고 밝혔다.

소액주주들은 LG그룹이 마련한 제니스 구조조정이 실행될 경우 주식소각에 따른 투자피해를 주장하고 있다.

LG그룹측은 제니스의 한국측 임원을 통해 수습책을 강구 중이다.

국내 기업이 투자한 외국 상장기업 소액주주들이 주주권한보호를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소액주주들의 주장 = 제니스 소액주주들의 소송 대리인인 '사켄골드 앤드 스폰 PC법률법인' 은 법원에 제출한 소장 (訴狀)에서 LG그룹은 지난 95년 제니스 지분인수 때 발표했던 제니스사의 독립법인 유지약속을 깨고 지분1백%의 자회사로 만들려는 의도로 '부도 후 신규출자방식' (PPB, 용어한마디 참조) 의 구조조정방안을 발표했으며 이는 증권거래법위반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소액주주들은 LG측이 PPB방식으로 소액주주들의 지분을 소각한 뒤 공짜로 경영권을 완전장악하기 위해 지금까지 일부러 기업을 부실화시켰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LG측이 지난해 5월 갑작스레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하는 바람에 당시 주당 4~6달러선에 거래됐던 제니스 주식이 1달러 아래로 값이 떨어져 소액주주들이 막대한 재산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LG그룹측의 입장 = LG그룹은 제니스 경영에 최선을 다했으며, 주식을 소각할 경우 LG측의 손해도 막대하기 때문에 구조조정계획은 정당하다는 것이다.

특히 LG그룹측은 제니스의 경영이 부실화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이며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투자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LG그룹 관계자는 "주식소각에 따른 소액투자자들의 집단소송 제기는 이미 예상된 일이기 때문에 그룹측은 소송진행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고 말했다.

◇소송의 영향과 향후 전망 =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미 법원에 주주대표권 소송을 제기한 주주들 외에도 많은 소액주주들이 집단소송을 제기하기 위해 인터넷에 제니스 피해주주 대화방 등을 만들어 세를 모으고 있으며 조만간 행동으로 옮길 예정이다.

현재 제니스의 소액주주 비중은 전체 6천7백만주 중 약 43%.아직까지 소액주주들은 피해보상 수준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LG의 구조조정계획발표 당시의 주가를 감안할 때 만일 미 법원이 소액주주들의 승소를 결정할 경우 LG의 손해배상액은 엄청난 규모가 될 수도 있다.

임봉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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