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지진 참사 현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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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콜롬비아의 지진 피해지역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영국 BBC 방송은 "콜롬비아에서 최소한 2개의 마을이 지도상에서 없어졌다" 고 보도했다.

인구 85만명이 살고 있는 지진지역에는 벽돌과 건물 잔해 사이로 시신들이 나뒹굴고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는 참혹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칼라르카에서 트럭 운전을 하고 있는 호세 마르코스는 라디오넷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칼라르카 도심이 형체도 없이 완전히 사라졌다. 남아있는 것이라곤 병원 한채뿐" 이라고 절규했다.

AP통신의 현지 르포에 따르면 22만명이 살고 있는 아르메니아시는 전기.수도가 끊겨 완전히 암흑세상이다.

도심에 사는 일리아나 파트리샤 (26) 는 자신의 어깨부상도 잊은 채 아들 혼 알렉산더 (10) 의 시신을 껴안고는 "얼마나 귀여운 아이였는데…" 라며 울부짖었다.

그녀는 또 딸이 심한 부상을 당했는데도 의약품을 전혀 구할 수 없다며 구조의 손길을 호소했다.

이웃집의 아나 마리아 베도야 (44) 는 흔적도 없이 무너진 자신의 집을 가리키며 "신이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다" 고 중얼거렸다.

아르메니아의 소방서 건물도 무너져 14대의 소방차가 깔렸고 9명 이상의 소방관이 숨졌다.

3백50명의 환자가 수용된 한 병원은 벽과 지붕이 무너져 몰려오는 환자를 제대로 진료하지 못하는 상황. 의사들은 "수송돼 온 환자 40여명이 치료도 받지 못한 채 신음하다가 숨졌다" 며 울먹였다.

아르메니아시 카이로 안토니오 구이자 소방서장은 "도시의 60%가 완전히 붕괴됐으나 대원들마저 희생돼 구조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고 밝히고 "무너진 10층짜리 건물에서 60여명이 구조를 기다리다 끝내 숨졌다" 며 한숨을 지었다.

하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은 곡괭이.나뭇가지 등 구할 수 있는 모든 도구를 동원해 필사적으로 매몰자 구출에 나서고 있다.

수도 보고타에는 구호품이 답지하고 있으며 헌혈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강진과 함께 산사태가 발생하면서 막혔던 주요 도로들이 필사적인 복구작업을 통해 다시 뚫리면서 중장비를 비롯한 각종 구조장비들이 속속 피해지역에 도착하고 있다.

공군 군용기들은 이날 밤 늦게까지 구조장비와 의약품.식량.담요 등 구호물자들을 관제탑마저 무너진 현지 공항으로 계속 실어날랐다.

해외의 지원도 본격적으로 시작돼 일본은 35명으로 구성된 구조대를 이날 긴급 파견했다.

*** 콜롬비아는 어떤 나라

콜롬비아는 지진과 내전의 상흔이 깊은 나라. 남미 북서부에 위치한 국토의 총면적은 1백14만㎢로 한반도의 5배에 달하며 인구는 3천8백60만명. 1810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한 뒤 대통령중심제를 이끌어 왔으나 좌익 게릴라와 40여년간의 내전에 휩쓸려 남미 최빈국 중 하나로 전락했다.

1인당 국민소득 2천6백달러. 특히 국토 대부분이 환태평양지진대에 속해 있어 지진이 잦다.

94년에는 서부 카우카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8백명이 사망했으며 83년에는 서부 포파얀에서 지진이 발생, 3백여명이 희생되기도 했다.

콜롬비아 최대의 자연재해는 85년 11월 중부 톨리마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 용암과 화산재가 도시 전체를 뒤덮어 2만3천여명이 목숨을 잃었다.

주산물은 커피와 에메랄드 등이며 악명높은 마약 산지로도 유명하다. 지난해말 현재 3백여명의 거주 동포 외에 1백30여명의 상사원 등이 체류하고 있다.[보고타 =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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