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청문회] 강경식.김인호씨 증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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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IMF환란 조사특위' 증인으로 나온 강경식 (姜慶植) 전 경제부총리는 구제금융을 받을 수밖에 없으리라는 상황을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97년 내내 외환위기 상황에 놓여 있었다" 며 "단지 11월 들어 상황이 예측 불가능한 쪽으로 발전해 구제금융 신청까지 가게 된 것" 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위기는 존재했으나 IMF행까지는 생각지도 못했다는 얘기다. 김인호 (金仁浩)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인식도 마찬가지였다.

괄호 안은 질문자.

◇ 환란위기 전의 대응방식

- (장성원.국민회의) 외환위기는 3월부터 시작됐다. 3, 4월과 10, 11월 두차례 외환위기가 왔다. 10월 하순 것은 막으려야 막을 수 없었다. 그러나 3, 4월은 증인의 조치에 따라 극복 가능했던 것 아닌가.

<姜> "사실은 3월이 어려웠다. 4월부터는 외환시장에서 환율이 계속 내려가는 등 호전되는 추세였다. 사후 결과를 보고난 뒤 왜 미리 그렇게 하지 않았느냐고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 (어준선.자민련) 한보 부도가 1분기에 났을 때 환란 가능성에 대처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

<金> "어려움을 끊임없이 생각하고 정보를 취합하면서 내가 아는 바를 정리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그러나 97년 한 해는 외환과의 싸움을 지속한 해다."

- (어준선) 윤진식 (尹鎭植) 전 청와대 비서관과 한은은 하루빨리 구제금융을 신청하자는 건의를 올렸는데 대통령에게 같은 내용의 보고를 한 적이 있는가.

<金> "그렇다. 하지만 姜부총리의 11월 10일 보고는 이런저런 조치를 취해본 뒤 안되면 구제금융을 신청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 (김칠환) 3월 26일 한은 보고서는 외환부족 지속과 외환고갈로 위기도래 가능성을 지적했다. 외국인 주식투자 자금도 많이 빠졌다. 외환 가용보유고도 2월 말 2백94억달러에서 3월 2백11억달러로 급감했는데 안이했던 것 아닌가.

<姜> "3월 말에도 장기차입 등 외환이 들어오는 길을 여는 등 대책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4월부터 상황이 좋아졌다."

◇ IMF 요청과정과 책임공방

- (김칠환) 최종적으로 IMF에 구제금융 신청을 결정한 것은 언제인가.

<姜> "19일 구제금융 신청을 발표한다는 사항은 17일께 이미 생각하고 있었다."

- (장성원) 9일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만나 대책을 논할 때 이경식 한은 총재 등은 IMF로 가야 한다는 제의에 "갈 수 없다. 내 재임 중에 창피해 갈 수 없다" 는 말을 했다는데.

<姜> "속으로 생각을 그렇게 했더라도 어떻게 말할 수 있었겠느냐. 정규영 (鄭圭泳) 한은 국제부장만이 내가 그렇게 말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을 뿐 다른 사람들은 모른다."

- (정세균.국민회의) 문민정부의 경제정책이 실패했다고 생각하는가.

<姜> "성공했으면 IMF로 갔겠나. 하지만 실패 자체가 문민정부만의 책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개발성장시대 이후, 특히 6.29 이후 문제가 10년 동안 누적된 것이다."

- (장성원) 그 당시 집권여당은 책임이 없나. 지금 여당도 책임이 있다는 말인가.

<姜> "그러면 야당은 책임이 없는가로 이어진다. 지금 여당도 책임이 있을 것이다."

- (장성원) 구제금융을 신청하면 자존심이 상한다고 말한 것 같은데 그럼 왜 방치했는가.

<姜> "대재벌들이 계속 부도를 내 부실채권이 쌓였다. 부실채권 정리를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고 해서 법을 만들어 국회에 냈다. 또 신용도 하락으로 금융기관도 해외에서 자금을 빌려올 수 없었다. 이렇게 된 원인은 감독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이를 고치기 위한 법도 국회에 올렸다.그러나 통과가 안됐다. 이를 모두 나보고 책임지라는 얘긴가."

◇ 외환위기 인식에 대한 공방

- (김민석.국민회의) 증인은 11월 초에 가서야 외환위기를 감지한 것인가.

<姜> "맞다. 외환위기를 언제 알았느냐는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97년 한해는 늘 그랬었다. 11월에 알게 됐다는 것은 구제금융이 없으면 안된다는 상황을 미리 알지 못했다는 뜻이다."

- (장성원) 10월 22일 기아사태 발표 이후 23일 홍콩 주가가 폭락했다. 다음에 한국에 대해서도 신용평가기관이 한국 기업.국가 신인도를 낮췄다. 그런 상황 속에서 10월 27일 대통령 주재 확대 경제장관회의와 국회에서 뭐라고 했나.펀더멘털이 튼튼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얘기하지 않았느냐.

<姜> "그때 우리가 돈을 외국에서 빌리려 해도 매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때는 어떻게 하면 돈을 빌릴 수 있을까만 생각했기 때문에 공개적으로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유광종.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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