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정치에도 '햇볕정책' 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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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6일 오전 국민회의 김상현 (金相賢) 고문은 청와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金고문의 25일 대화 내용을 기자들에게 전하라는 통보였다.

金고문은 즉각 여의도 당사 기자실을 찾아 한나라당과 김영삼 (金泳三) 전 대통령에 대한 金대통령의 화해 메시지를 발표했다.

金고문은 청와대 독대가 끝난 직후인 25일 오후 기자들이 대화 내용을 캐물었으나 침묵으로 일관한 바 있다.

대통령과의 독대 (獨對) 내용을 공개하라고 청와대에서 주문하는 것은 전례없는 일이다.

두 사람이 만나던 날 오전 金대통령은 여야 총재회담 수용 의사를 밝히고 국민회의와 자민련에 준비를 지시했다.

두 사람의 만남이 '예약' 된 것은 22일. 金고문은 김중권 (金重權) 청와대 비서실장으로부터 연락받았다고 했다.

金대통령이 金고문을 통해 띄운 메시지는 분명했다.

한마디로 대화합의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金대통령은 우선 이회창 (李會昌) 한나라당 총재에게 부드러운 손짓을 보냈다.

그를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인정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했다.

金대통령은 그러나 최근 한나라당의 잇따른 장외집회와 지역감정 선동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시했으며 "이렇게 나가는 것은 李총재의 성공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않으며 이해가 되지 않는다" 고 언급했다.

金대통령은 金전대통령과의 관계개선 의지도 보였다.

그를 전직 대통령으로 충분히 예우한다고 했다.

金전대통령의 최대 관심사인 차남 현철 (賢哲) 씨의 사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도 강조했다.

金대통령은 지난해 8.15 특사에서 현철씨가 제외된 뒤 박상천 (朴相千) 법무장관이 "상도동을 방문해 과정이라도 설명하겠다" 고 하자 "이 사람아, 사면도 안해주고 생색내느냐. 앞으로 제대로 해주게" 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현철씨의 사면이 어떤 식으로든 추진될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물론 아직도 걸림돌은 많다.

우선 대법원 확정판결이 3.1절 이전에 나지 않을 경우 사면은 또다시 물건너갈 수 있다.

어쨌든 金대통령이 金전대통령을 예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표출된 셈이다.

그러나 金대통령의 잇따른 유화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당장 야당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올 것으로 보기는 힘들다.

초강경 노선에서 급작스럽게 대화로 선회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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