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이재금 '작별' 전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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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내 모든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머님 무덤 언저리에 울던 꾀꼬리에게도

작별의 인사를 보냅니다

약간은 허전하게

약간은 쓸쓸하게

오늘밤 자고나면

내 돌아올 기약이 없네

고향집 뒤란에 뿌린 호박 모종들아

뒷동산 망울지는 매실들아

- 이재금 (1941~1998) '작별' 전문

이문구.한승원과 문창과 동기인데 혼자 고향에서 뒤늦게야 시를 꿈꾸고 있었다.

1주일에 한번 밀양에서 통일호 타고 나에게 와서 그동안 쓴 것을 조심스레 보여주었다.

내가 괜히 뭐라 뭐라고 지적해주면 1주일 뒤에는 더 좋은 것이 됐다.

그렇게 1년 넘게 다닌 뒤 시단에 나올 수 있었다.

낙동강 하류의 기개 올곧아서 카랑카랑했다.

그러다가 싱거운 듯 이승을 먼저 떠났다.

마지막 '작별' 이 무던하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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