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등 일부 아시아국가 대규모 유혈종교 분쟁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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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인도.인도네시아.파키스탄 등 일부 아시아 국가에서 상대편에 대한 살인.방화도 서슴지 않는 대규모 유혈 종교분쟁이 잇따르고 있다.

기독교와 이슬람교 신도간에 빚어지고 있는 분쟁은 특히 해당 국가의 권력투쟁이나 미국에 대한 반발도 요인으로 작용한 데다 외국인 희생자까지 발생, 국제사회가 우려를 표시하기에 이르렀다.

미국의 스토로브 탤벗 국무부 비서관은 22일 "일부 지역의 종교갈등이 지역의 평화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 고 경고하고, 이달말 인도와 파키스탄을 방문해 사태해결을 모색하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역사적으로도 뿌리가 깊은 이들 지역의 종교분쟁은 하루 아침에 진정되기 어려워 보인다.

◇ 인도네시아 = 동부 암본섬에서는 지난 19일부터 1주일째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간의 유혈충돌로 현재까지 50여명이 숨졌다.

지난 23일에는 기독교도들이 길 한복판에서 이슬람교도의 트럭을 가로막고 5명을 때려 숨지게 한 뒤 길 한복판에서 시신을 불태우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트럭에 동승했던 군인 3명이 폭행을 저지하기 위해 경고사격까지 했으나 아무 소용이 없었다.

당국은 현재 동부 말루쿠주 (州) 의 암본.사나나.세람 등 3개섬에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암본 공항에는 민항기의 이착륙을 금지시켰다.

또 주민과 외국인 2만여명을 군기지와 경찰서 등으로 피신시켜 놓고 있다.

인도네시아 공군은 24일 주민들의 자제를 당부하는 유인물을 공중 살포했다.

이번 사태는 지난 19일 한 이슬람교도 이주자와 기독교도인 버스운전사간의 말다툼에서 비화됐다.

그러나 현지 분석가들은 90% 이상이 이슬람교도인 인도네시아에서 박해받던 기독교도들의 분노가 폭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암본섬은 인도네시아의 다른 지역과 달리 주민의 절반 이상이 기독교도다.

◇ 인도 = 인도 동부 오리사주에서는 22일 뉴델리 복음선교회의 호주인 선교사 가족 4명이 타고 있던 차량을 힌두교인들이 불태우는 사건이 벌어졌다.

차량에 타고 있던 선교사와 두 아들이 불에 타 숨졌으며, 목격자들은 "폭도들이 차량밖으로 나오려는 이들을 도로 밀어넣었다" 고 참상을 전했다.

서부 구지라트주에서도 지난해 성탄절 이후에만 교회와 기독교계 학교에 대한 6건의 테러가 발생했다.

힌두교 지상주의가 지배하고 있는 인도에서 기독교도들에 대한 핍박은 빈번히 있어 왔다.

바지파이 현 총리측이 소냐 간디 야당당수의 지지도가 높아지자 그녀가 이탈리아 출신의 가톨릭신도라는 점을 이용, 기독교도는 외국인을 추종하는 세력이라는 인식을 국민 사이에 확산시키고 있다는 시각도 많다.

◇ 파키스탄 = 지난 4일 펀자브주 기독교도 거주지역에 대한 이슬람교도의 습격으로 어린이를 포함해 17명이 숨졌다.

특히 미국의 대 (對) 이라크 공격 이후 기독교인에 대한 테러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슬람 원리주의자들의 소행으로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기독교도들은 경찰의 엄정한 수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경찰은 이들의 수사에 전혀 관심을 쏟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라치 지역에서는 지난 22일 경찰서 앞에서 기독교도들이 이슬람교도의 테러로 사망했으나 경찰은 23일 이 사건과 관련된 4명의 선동가를 무혐의로 석방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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