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딜' 노조반발 극복이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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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빅딜 (대기업간 사업교환) 매듭에 노사 갈등 확산이 심각한 걸림돌로 등장하고 있다.

고용 보장과 위로금을 요구하는 근로자의 반발이 고조되면서 공장 가동이 잇따라 중단되는가 하면 하청.협력업체 도산 등의 부작용이 심화되고 있다.

이로 인해 현대 - LG, 삼성 - 대우간 빅딜 협상은 난항이 계속되고 있으며 파문이 확산되자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이 22, 23일 이건희 (李健熙) 삼성.김우중 (金宇中) 대우 회장을 각각 만나 '조속한 타결' 을 당부한데 이어 경제부처 장관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재계에서는 '빅딜이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기 위해선 인력 감축이 불가피하다' 고 강조하는 반면, 근로자들은 '정치적 결정에 따른 희생' 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쉽사리 타결이 어려울 전망이다.

◇ 반발하는 종업원들 = 대우전자 종업원들은 22일부터 구미.인천 등 전 공장에서 전면파업에 들어가는 한편 서울역 앞 대우센터에서 무기한 철야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1백% 5년 이상 고용 보장' 외에 '60개월치 월급과 36개월치 위로금' 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자동차도 지난해 12월 초부터 조업을 중단한 데 이어 22일 3천여명이 상경, '7년간 고용보장.고용안정기금 1조원 출연' 을 요구하며 서울역 광장에서 궐기대회를 갖고 무기한 투쟁을 선언했다.

LG반도체도 '직원 30% 명퇴' 와 60개월치 위로금 지급 등을 요구하며 준법투쟁에 돌입, 생산량을 50% 이상 줄인데 이어 24일에는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비대위 황동민 (黃東敏) 대표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종업원 7천9백명이 서명한 퇴직원을 제출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겠다" 고 밝혔다.

◇ 파장 = 부산발전연구원은 삼성자동차 조업중단 한달간 총 손실이 2천억원에 달했다고 밝혔다.

이미 대진테크가 부도나는 등 90여개 협력업체 대부분이 극심한 경영난에 빠졌고 지역경제 기반이 무너지면서 민심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대우전자도 하루 1백37억원 가량의 손실 외에 해외 바이어 이탈이 가시화하고 있으며, LG반도체의 하루 피해는 수십억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삼성.현대중공업의 발전설비.선박용 엔진을 넘겨 받게 돼 인력 조정이 불가피하게 된 한국중공업도 술렁이고 있다.

◇ 정부.재계 움직임 = 金대통령은 이건희.김우중 회장을 청와대에서 만나 빅딜 조기 매듭을 요청했다.

박지원 청와대 대변인은 "金대통령이 빅딜 지연으로 인해 국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는 점을 강조하고 조속한 마무리를 촉구한 것으로 안다" 고 밝혔다.

이에 따라 양 총수들은 조만간 다시 만나 삼성자동차의 지속 생산과 고용승계 문제 등을 최종 조율할 것으로 예상된다.

표재용.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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