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여 뭍밑 힘겨루기 돌입…내각제.합당론 일단 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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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여 (與) 지도부의 한결같은 부인 속에 '개헌 - 합당론' 이 잠복기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이 논의의 한복판에 있던 인사는 청와대의 김중권 (金重權) 비서실장.박지원 (朴智元) 공보수석.이강래 (李康來) 정무수석이다.

국민회의에선 한화갑 (韓和甲) 원내총무.설훈 (薛勳) 기조위원장 등 동교동계 정치인들이 깊이 간여해왔다.

자민련에선 박태준 (朴泰俊) 총재.김용환 (金龍煥) 수석부총재.김학원 (金學元) 사무부총장.이완구 (李完九) 대변인 등이 입장을 달리하며 등단했었다.

그런데 이들이 "이제 그만하자" 고 꼬리를 내리고 있다.

어차피 'DJP 무릎맞대기' 로 결판낼 사항이라는 것이다.

상호 의중 타진과 여론 떠보기 등 소기의 목표를 충분히 달성했다는 자체 판단도 각각 작용했다.

개헌 - 합당론이 잠복기에 들어갔다 해서 실체마저 없어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오히려 지금까지보다 더 강렬하고 은밀하게 양측의 겨루기가 진행될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하는 청와대.국민회의측 관계자들도 이 점을 인정한다.

"1분기 중에 합당과 관련한 두 사람의 결론이 날 것이다" "대통령 취임 1주년이 되는 2월 25일 전후가 그 시점이 될 것 같다" 는 등 속전속결을 강조한다.

조기담판에 대해선 자민련측도 이견이 없다.

김용환 수석부총재는 "내가 이른 봄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며 내각제 약속 연내 이행 등에 관한 여권 정치일정이 3월내에 확정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렇다면 현재 어떤 수준까지 와있을까. 양측에 따르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과 김종필 (金鍾泌) 총리가 직접 개헌 - 합당 관련 내용을 논의한 적은 없는 것으로 돼있다.

올들어 지금까지 세번의 단독 대좌가 있었는데 일각에서 알려진 대로 DJ가 JP에게 모종의 제안을 직접 했다는 내용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 다만 서로의 의중은 측근들 사이에 충분할 정도로 전달됐고, 앞으로 물밑대화는 더욱 깊숙해지리라는 게 공통된 얘기다.

문제는 어떤 내용으로 타결될 것인가 하는 점. 개헌과 합당이 패키지로 논의될 것은 틀림없다.

개헌내용에 있어선 DJ측이 프랑스식 2원집정부제를 주장하고 있는데 JP측의 거부자세가 완강한 것 같진 않다.

다만 순서에 있어 金대통령측 인사는 당연히 합당 우선론인데 반해, 金총리측 사람들은 개헌을 먼저해야 한다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 있다.

金총리측은 이런 기조 위에서 국민회의와의 합당을 철저히 배제한 채 지구전 채비를 갖춰나가는 중이다.

이와 관련, 金총리가 최근 당 관계자들에게 "길게 봐. 잘될거여" 라고 했다는 말이 관심을 끈다.

당 일각에서 金대통령과의 내각제 유보 '밀약 (密約)' 설에 대해 의구심을 표명하자 JP는 "우리가 지금까지 힘든 고비를 한두번 넘어왔느냐" 는 말로 상호 신뢰를 당부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또 'JP의 침묵' 에 따른 우려가 이어지자 이는 JP의 침묵이 金대통령과 모종의 약속이 이뤄져서가 아니라 '결단의 장고 (長考)' 에 들어간 단계로 받아들이며 내부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전영기.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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