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체시계 따르면 능률향상·심신안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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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사람은 누구나 자기만의 시계가 있다. 수면.체온.심신의 활동.내분비대사 등 대략 24시간을 한 주기로 해 스스로 주기성을 갖고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시차변화.생활리듬변화.교대근무 등으로 본연의 생체리듬이 방해받는 환경에선 당연히 몸이 병들기 마련. 생체리듬의 정체와 생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본다.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것은 뇌의 시신경교차부위 바로 위에 있는 교차상핵 (SCN) 이란 구조물. 5번 염색체에 위치한 특정유전자 (Clock 유전자)가 생체리듬을 조절하는데 관여하는 여러 가지 물질의 상호관계를 강화시키는 것으로 여긴다.

사람의 생체리듬의 핵은 휴식 - 활동을 관장하는 리듬과 체온 변화 리듬의 두 가지. 이들이 서로 다른 주기를 가지면서 자유로운 주행을 한다.

가천의대부속 길병원 정신과 손창호 (孫昌鎬) 과장은 "자연스러운 상황에선 체온이 가장 낮은 밤 시간에 약 8시간 정도, 체온이 가장 높은 낮에는 1시간30분~2시간 정도 졸음이 온다" 고 들려준다.

하지만 현대인은 인공 조명 아래서 생활해 상대적으로 낮이 길어지고 밤이 대단히 짧아진 환경에서 살고 있는 셈. 따라서 멜라토닌.코티졸.프롤락틴 등 각종 호르몬은 물론 생식계통에도 변화가 일어난다.

일례로 인공조명 없이 밤시간을 14시간 정도 연장하면 체온이 0.3℃ 증가하고 성장호르몬도 2배 가량 늘어난다.

인체시계는 생리적 리듬만 국한하지 않는다. 본인이 느끼는 각성 상태.기분.업무수행능력 등 심리상태도 리듬을 가지고 변화한다. 예컨대 행복감.안정감 등의 기분은 아침기상 후 4시간 정도 지난 늦은 아침에 최고가 된다는 것.

업무수행능력은 작업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용인정신병원 정신과 윤인영 (尹仁永) 과장은 "문자 찾기.문자 지우기 같은 단순.반복적인 일을 해내는 능력은 아침엔 최저치, 저녁땐 최고치를 나타내는 반면 복잡한 언어추상능력이 필요한 업무는 아침에 최고치를 나타낸 이후 시간이 지나면서 감소한다" 고 설명한다.

교대근무.시차변동으로 몸과 마음에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것도 생리적 리듬과 심리적 리듬에 급격한 변화가 올 수 있기 때문. 서울대의대 정신과 정도언 (鄭道彦) 교수는 "교대근무시 가장 중요한 것은 스케줄을 시계방향으로 맞추는 것" 이라고 조언한다.

즉 낮→저녁→밤의 방향으로 근무시간이 순환되면 우리 몸이 적응하기 쉬우나 저녁→낮, 밤→저녁처럼 근무시간이 시계방향과 거꾸로 변할 땐 적응이 어렵다는 것. 생체리듬이 혼란스러워지면 식욕감퇴.입맛변화 등 위장계통의 이상이 생긴다.

인제의대 서울백병원 정신과 이영호 (李永浩) 교수는 "동물실험상 식사와 관련된 행동은 에너지변화에 의해서 보다는 밝고 어두움에 따른 생체리듬에 의해 조절되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고 설명한다.

시차변화나 교대근무시 소화가 잘 안 되고 위장장애가 일어나는 것은 신체활동 주기는 인위적으로 변화됐지만 인슐린분비.담즙분비 등을 조절하는 생체리듬은 변화가 일어나지 않아 생체리듬과 신체활동간에 부조화가 생겨 먹은 음식이 제대로 소화되지 못하기 때문으로 추정한다.

황세희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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