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한 대통령 반성문쓰세요'…美초등생 편지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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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에 대한 탄핵에서 핵심역할을 맡고 있는 헨리 하이드 미 하원 법사위원장에게 한 초등학생이 보낸 편지 내용이 미국사회에서 화제다.

이 편지의 주인공은 시카고시 체이스 초등학교 3학년생 윌리엄 서머스 (8) . 하이드 위원장은 지난 16일 클린턴 탄핵의 당위성을 역설하면서 "저는 이 순간 저의 빈약한 언어를 나열하기보다 저의 마음을 절절히 표현한 한통의 편지를 소개하겠다" 며 이 내용을 공개했다.

이 편지에는 윌리엄이 쓴 내용과 이 편지를 보내게 된 아버지의 심정을 담은 내용이 추신으로 덧붙여졌다.

미 ABC방송은 이 편지가 주목을 받자 윌리엄을 TV에 출연시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

◇ 윌리엄의 편지 = 저는 미 합중국 대통령인 클린턴이 1백개의 단어로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에세이를 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제가 거짓말을 할 때마다 받았던 벌입니다.

거짓말은 사람을 언제나 곤경에 빠뜨립니다.

늑대가 나타났다는 거짓말을 하고서 나중에 늑대에게 잡아 먹히는 소년처럼요. 즉 사람은 진실을 말할수록 어려움에 빠지지 않는 법입니다.

만약 당신이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당신을 믿지 않을 것입니다.

대통령은 중요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그를 국민이 믿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원장님이 대통령을 신뢰할 수 없다면 누구를 믿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믿을 사람이 이 세상에 없다면 삶을 어떻게 제대로 꾸려가겠습니까. 저는 클린턴대통령이 현재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보지 않아요. 그가 에세이에서 진실을 말해야 그를 믿을 것입니다.

◇ 윌리엄 아버지의 추신 = 저는 윌리엄이 거짓말을 할 때 그 벌로 편지나 에세이를 쓰게 합니다.

대통령의 거짓말은 윌리엄이 거짓말을 하고서 자신을 변호하는 것과 너무나도 흡사합니다.

현재 윌리엄은 대통령이 거짓말을 하고서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무척이나 의아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거짓말을 한 윌리엄을 혼내려 하자 아들이 "대통령은 거짓말이 허용되고 저는 왜 안됩니까" 라고 답변해 아들로 하여금 편지를 쓰게 했습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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