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구조조정·재벌 진출…신용카드업계 새판 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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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신용카드업계가 일대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은행권 구조조정의 바람이 카드업계에 미친데다 재벌그룹의 잇따른 카드업 진출 움직임으로 업계 판도가 새롭게 짜여지기 때문이다.

◇ BC카드의 행보 = 조흥.한일.상업.제일.서울 등 5대 시중은행이 14.85%씩 지분을 나눠가진 BC카드는 주인이 너무 많아 의사결정이 늦다. 따라서 공동사업을 벌이는 이점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이다.

따라서 상업.한일이 합병, 한빛은행으로 출범하는 과정에서 독자 카드사업 진출안이 제기됐고 제일.서울은행을 인수하는 외국계 은행도 BC카드에서 탈퇴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그러나 지명도 높은 브랜드, 전산망과 가맹점 공유를 통한 비용 절감 등의 잇점을 쉽게 포기하기 어렵고 한빛은행의 등장이후 주도세력 부재의 문제점이 개선될 수 있어 BC카드의 결속력이 더 강화될 것이란 분석도 없지 않다.

BC카드의 앞날이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따라 카드업계 판도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 재벌그룹의 진출 = 지난해 초부터 카드업 진출을 준비한 현대캐피탈 (구 현대할부금융) 측은 재정경제부의 허가만 얻는다면 3개월안에 카드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는 백화점.자동차.정유 등 기존 고객 회원을 기반으로 신용카드시장에서 비교적 쉽게 거점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업체들은 현대가 파격적인 혜택을 내걸고 시장을 공략하지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이밖에 백화점을 거느린 롯데와 이동전화, 정유를 가진 SK도 카드 진출을 결정했다. 그러나 재경부는 지난해 10월 카드업 진출 기준을 발표하고도 아직 구체적인 내부 지침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시일을 끌고 있다.

◇ 기존 카드사 대응 = LG캐피탈.삼성카드.국민카드 등 기존 대형카드사는 우량고객 중심으로 서비스를 강화하고 위험관리기법을 발전시켜 수익 구조를 건전하게 다져둔다는 방침이다.

또 최근 LG가 미도파백화점, 삼성이 대전 동양백화점의 카드발급을 대행하기로 했으며 LG.삼성이 현금인출기를 공동사용키로 하는 등 '적과의 동침' 도 불사하고 있다.

한편 중상류층 이상 중심의 대우 다이너스 카드도 올해 중류층을 대상으로 한 범용카드 시장 진출을 모색중이다.

◇ 파급 영향 = 지난해 9월말 현재 전체 카드 발급 수자는 4천3백만장. 경제활동인구가 2천1백만명이어서 국내 카드시장은 이미 포화상태라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병원 등 카드가 제대로 통용되지 않는 곳이 여전히 많다. 또 전체 이용금액 중 현금서비스 비율이 절반에 이르고 신용카드 대출 금리가 최고 20%다. 소비자들의 수요가 여전하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일단 새로운 업체가 들어오면 현재 연 30%에 이르는 카드연체이율 등이 낮아지고 기존의 신용카드 발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던 소비자들이 혜택을 얻을 전망이다.

다만 경쟁이 지나치게 격화돼 카드가 남발되고 연체가 늘어난다면 국가 차원의 자원낭비와 카드사의 동반부실화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김원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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