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연극 가격거품 할인티켓도 한몫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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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은행나무극장은 지난해부터 공연중인 '디지털! 돼지틀?' 공연 관람료를 새해 들어 1만2천원에서 7천원으로 내렸다. 대학로의 대다수 연극들이 질적 수준, 극단의 연륜과는 상관없이 1만~2만원의 가격을 형성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과감히 가격거품을 뺀 것.

송바울 극장장은 "막이 오를 당시 관람권을 1만원으로 정하려 했으나 연극협회의 사랑티켓에 동참하려면 1만2천원은 돼야 하기 때문에 1만2천원으로 결정했었다" 며 "올해는 아직 사랑티켓이 시행되고 있지 않아 관객 서비스 차원에서 가격을 내리기로 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사랑티켓 없이 관람하는 관객은 결과적으로 극단이 생각하는 적정 가격보다 2천원을 더 내고 보게 돼 사랑티켓이 원래의 취지와는 달리 연극의 가격거품을 유도한 면이 없지않다.

사랑티켓은 연극협회가 문예진흥기금 지원을 받아 발행하는 할인티켓 제도로 한번에 1인당 4장까지 구매가 가능하다. 관객들은 한장당 7천원의 싼값에 연극을 볼 수 있고 극단은 그 차액만큼을 공연 후에 진흥원으로부터 전해 받는다. 연극수요 창출을 통한 간접적인 공연예술 활성화 방안인 것이다.

연극협회는 원래 매년 5월과 9월 사랑의 연극잔치가 열리는 한시적인 기간동안만 사랑티켓을 발행해왔으나 지난해는 공연계 불황 타개책의 하나로 5월 2만장을 발행한데 이어 10월부터 12월까지 석달동안 6만장을 추가로 발행했다.

올해는 연중 발행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아직 예산집행이 되지않아 시행은 유보중이다. 공연예술 지원이라는 좋은 뜻에서 출발했지만 작품의 질과 상관없이 신청한 협회회원단체 모두에게 이 혜택을 주는 바람에 수준낮은 연극에까지 지원금이 분산되는 부작용도 없지 않다.

사랑티켓이 제대로 정착되려면 엄정한 선정기준을 세워 관객에게는 작품을 제대로 고를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주고 극단들에게는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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