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서 장부 제출하라고 했더니 서류 태운 '잿더미' 내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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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고춧가루를 제조.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는 식품업자가 검찰에서 장부 제출을 요구받고는 "장부를 태우고 남은 것"이라며 잿더미만 제출했다. 이 업자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기각한 뒤였다.

11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따르면 J식품 대표 신모(57)씨는 적색 색소인 '타르'와 중국산 다진 양념(일명 다대기) 등을 섞어 만든 고춧가루 110여t(시가 10억원)을 판매한 혐의(식품위생법 위반)로 지난달 29일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검찰은 그러나 법원이 영장을 기각해 신씨를 풀어주면서 "판매내역 등이 담긴 회사 장부 세 권을 갖고 내일 검찰청에 출두하라"고 요구했다.

신씨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장부의 존재를 알게 돼 그가 스스로 장부를 제출해 주기를 바랐던 것이었다. 그러나 신씨가 다음날 갖고 나온 것은 하얀 비닐봉지에 담긴 검은 재였다. 신씨는 "집에 갔더니 아내가 거래 장부를 태우고 난 뒤였다. 할 수 없이 타고 남은 재라도 가지고 왔다"고 주장했다고 한다. 수사 관계자는 "재를 보는 순간 농락당하는 느낌이었다. 이런 사실까지 추가해 10일 영장을 재청구했으나 또 기각당했다"고 밝혔다.

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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