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알면 더 재밌다] 26. 살벌(?)했던 클레이 사격 살아있는 비둘기를 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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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번 올림픽에서 사격에는 17개의 금메달이 걸려 있다. 육상(46개).수영(44개) 다음의 '메달박스'다.

종목은 크게 소총과 권총, 그리고 날아가는 접시를 쏘는 클레이로 나뉜다. 클레이는 접시의 발사 위치와 개수에 따라 다시 스키트.트랩.더블트랩으로 구분한다.

▶ '러닝 디어'를 쏘던 과거의 사격.

이동하는 표적을 쏘는 러닝 타깃과 클레이 여자 더블트랩은 이번 대회를 마지막으로 올림픽 무대에서 사라진다.

"사격 종목의 금메달 수가 너무 많다"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줄일 것을 요구했고, 이에 국제사격연맹(ISSF)은 선수층이 가장 엷은 이 두 종목을 빼기로 결정한 것.

러닝 타깃은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때까지 '러닝 보어' 또는 '러닝 디어'라는 이름으로 치러졌다. 수퇘지(boar)나 사슴(deer) 모양의 타깃을 쏘는 데서 유래했다. 그러나 끊임없이 동물 애호가들의 항의를 받았다. "동물 모양의 타깃을 쏘는 것도 일종의 동물 학대"라는 주장이었다. 결국 타깃을 동심원 모양으로 바꾸고, 이름도 러닝 타깃으로 바꿨다.

클레이도 1900년 파리 올림픽 때는 살아 있는 비둘기를 날려보내 쏘아 맞히는 경기였다. 당연히 동물 애호가들의 반발이 컸다.

그래서 1904년 세인트루이스, 그리고 1908년 런던 올림픽에선 비둘기 모양의 표적을 진흙으로 빚어 날렸다. 그러면서 종목 명칭도 진흙을 뜻하는 클레이(clay)가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의 표적은 역시 진흙으로 빚은 동그란 접시 모양이다. 진흙을 사용하는 이유는 '표적은 깨지기 쉬운 것이어야 한다'는 국제사격연맹 규정에 따라서다. 조그만 탄알갱이(클레이는 산탄임)에 맞아도 접시가 바로 깨지도록 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표적이 발사되면서 총에 맞기도 전에 깨지는 경우도 가끔 발생한다. 이를 '노 보드(no board)'라고 하며, 무효 처리한다.

선수 입장에서는 사격 리듬이 깨지기 때문에 '노 보드'가 나면 흔들릴 수 있다. 접시가 날아가는 속도는 트랩이 시속 201km, 스키트가 시속 150km다. 트랩의 경우 접시가 발사된 뒤 1.5초 안에 총을 쏴야 명중시킬 수 있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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