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 나간 대전 지역 법조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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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전 지역 법조계가 홍역을 치르고 있다.

이종기 (李宗基) 변호사의 수임장부에 이름이 오른 소개인들에 대한 본격 소환조사가 시작되면서 검찰.법원 공무원과 경찰관 등에 대한 무더기 사법처리와 중징계를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검찰.법원직원 등이 각종 채널을 총동원, 자신이 명단에 포함됐는지 여부를 수소문하느라 정작 업무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다.

李변호사측으로부터 사건 알선료를 받은 것으로 조사된 법원.검찰직원과 경찰.교도관 등이 1백38명이나 된다.

특히 84명이나 소개인 명단에 오른 검찰 일반직원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다.

검찰 집계에 따르면 84명중 적어도 48명이 알선료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고 대부분 대전고검.지검과 산하지청 등에 근무중인 현직 검찰 공무원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전지검에 재직중인 일반직원이 모두 1백64명인 점을 감안하면 수임 커넥션이 어느 정도로 검찰직원 사이에 퍼져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수사과 직원 상당수가 명단에 들어 있어 수사팀을 짜는데 애를 먹기도 했다.

대전지검의 한 검사는 "소개인 명단을 분석한 결과 수위에서부터 고위 간부에 이르기까지 골고루 분포돼 있는 것을 보고 사태의 심각성을 실감했다" 고 말했다.

연일 밤샘수사가 진행중인 대전지검의 경우 사실상 일반 업무는 '마비' 상태에 가깝다.

대전지검의 고위 간부는 "최대한 빨리 수사를 진행, 업무를 정상화할 계획이지만 오랜 경험을 가진 직원들이 무더기로 옷을 벗게 될 경우 그 공백을 어떻게 메워야 할지 고민" 이라고 말했다.

어수선하기는 검찰 일반직뿐만 아니라 검사들도 마찬가지. 대검의 베테랑 수사관을 지원받아 진행중인 계좌추적과 李변호사의 단골술집 등에 대한 조사결과 어떤 사실이 불거져 나올지 모르기 때문이다.

사건의 파장은 변호사업계에도 닥치고 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 브로커를 사무장으로 고용, 사건을 수임해 오던 관행에 제동이 걸린데다 자칫 수사의 불똥이 재조 - 재야 법조인간의 유착으로 확대되거나 대규모 세무조사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대전 = 예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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