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정국 해빙기류]경색 누가 풀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경색정국이 대화정국으로 흐르도록 훈기를 불어넣은 사람은 누구일까. 당장 드러나기로는 김종필 국무총리의 일관된 '대화논리' 가 해빙 무드를 조성한 주요 요인이었던 것 같다.

金총리는 공동여당의 3일 연속 변칙 법안처리 다음날인 8일 여권을 지배했던 강성기류에 배치되는 발언을 해 주목을 끌었다.

JP는 자민련 당직자들과 모인 자리에서 "미움을 버려야 한다.

정치권이 공생하는 분위기로 가야 한다" 며 "서로가 극단을 피하고 남의 가슴에 못질하는 일을 말아야 한다" 는 화두를 던졌다.

JP의 발언은 대야 (對野) 협상에서 가시화됐다.

국회에 국무총리 등을 출석시켜 현안질문을 해야겠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내가 나가겠다" 는 입장을 선선히 밝혀 협상의 걸림돌을 스스로 제거한 것.

JP의 이런 입장은 당의 박태준 (朴泰俊) 총재와 김용환 (金龍煥) 수석부총재에게 곧바로 전달되면서 고소.고발된 야당의원들 문제에 대한 정치적 해결 모색.청문회 YS증언 등에 대한 유연한 대처로 나타났다.

이회창 총재는 신경식 (辛卿植) 사무총장.박희태 (朴熺太) 원내총무 등으로부터 여권의 무게가 JP와 자민련의 온건론쪽에 실려가고 있음을 보고받고 정국타개를 모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辛총장은 정국의 고비때마다 국민회의 정균환 사무총장과 만나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 온 데다 金총리와 마음을 털어놓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이회창 총재의 거의 유일한 측근이다.

12일에도 辛총장과 鄭총장의 접촉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박준규 국회의장도 '529호실 사태' 로 야당의원들에 대한 사법처리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에 유감을 표하고 '정치적 판단' 을 곧 내리겠다고 함으로써 화해무드 조성에 일조했다.

전영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