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공,토지채권 발행…땅 간접투자 길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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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미리 정해진 일정한 이자 외에 땅을 팔아 생기는 이익도 채권을 산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토지수익 연계방식 채권'이 국내 처음으로 선보인다.

이는 부동산을 직접 사지 않고도 부동산 투자효과를 누릴 수 있는 신종 금융상품으로 다른 기관들의 유사 파생상품 개발 등 금융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토지공사는 13일 자사가 보유한 땅 가운데 가격상승 가능성이 큰 우량 토지를 팔아 여기서 나오는 판매수익을 추가로 투자자들에게 나눠주는 '토지수익 연계채권' 을 오는 28일부터 매각한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발행되는 채권은 총 2천억원 규모로, 효과가 좋으면 발행규모를 더 늘리고 외국 투자자들에게도 매각할 계획이다.

◇ 채권종류 = 만기 10년짜리 무기명 채권으로 ▶1백만원 ▶1천만원 ▶1억원권 등 세종류가 있다. 일반 회사채와 같이 금융시장에서 사고 팔 수 있으며 중간에 중도상환 신청을 통해 투자금 회수도 가능하다.

채권 청약은 주간사인 환은살로먼스미스바증권에서 받게 되는데 지점망이 없는 점을 감안, 외환은행 각 지점 활용방안을 검토중이다. 표면이자는 4%.발행후 6개월마다 이자를 지급하며 채권과 연계된 토지는 원칙적으로 채권 발행후 3년후 땅값이 많이 오른 것부터 순차적으로 매각해 매매차익을 매년 투자자들에게 표면이자에 얹어 돌려주게 된다.

그러나 3년이 되기 전이라도 땅값이 20% 이상 오를 경우 관련 토지를 팔아 이익을 나누어준다.

◇ 수익률은 = 표면이자가 연 4%밖에 안돼 땅값이 얼마나 오르느냐가 가장 큰 관심대상. 5년후 땅값이 30% 오를 경우 연평균 수익률은 표면이자를 포함, 연 8.9% 수준이고 50% 오르면 12.4% 정도 되는 것으로 토공측은 분석하고 있다.

그러나 땅값이 안오르면 표면이자밖에 못받아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는데 이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채권 발행 5년 뒤부터 언제든지 '중도상환 신청' 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도록 했다.

◇ 채권 연계 토지 = 분당 신도시 상업.업무용지 등 전국 15개 사업지구내 총 2백37필지 4만6천평 규모로 역세권.대로변 등에 위치한 우량 토지라는 게 토공측의 주장. 채권 발행액 기준이 되는 초기 땅값 책정은 2곳의 감정평가기관이 평가한 금액을 산술평균해 산출하게 된다.

◇ 투자 전망 = 땅값 움직임이 최대 변수. 특히 채권 연계토지 중에도 그동안 팔리지 않아 애먹었던 땅도 포함돼 있어 부정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상품으로 개발하지 않고 단순히 땅 자체로만 매각할 경우 리스크가 있을 수 있다" 면서 "땅값이 오르면 다른 부동산 투자상품도 그만큼 메리트가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고 말했다.

최영진.이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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