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아드모어공원에 무궁화 심는 엄경숙 목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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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99년을 맞는 재미동포 할머니 엄경숙 (嚴敬淑.65.미국명 데레사 엄) 목사의 꿈은 하나다.

미국 LA 한복판에 무궁화 동산을 만드는 것. 92년 설립된 LA 한인어린이회 회장을 맡고 있는 嚴목사는 지금까지 한인타운 주변에 무궁화 4백70여그루를 심어왔다.

"93년 재미 한인어린이들을 대상으로 무궁화그리기 대회를 열었어요. 그런데 미국 무궁화는 빨갛고 노란 원색이거든요. 분홍빛 무궁화를 본 적이 없는 어린이들은 모두 미국 무궁화를 그리더란 말입니다. " 동포 어린이들에게 '진짜 무궁화' 를 보여줘야겠다는 사명감 때문에 嚴목사는 많지 않은 월급을 묘목 구입에 털어넣어야 했다.

嚴목사는 묘목을 윌턴.코헹가.코바트 등 초등학교와 영사관.도서관 등 한인들이 주로 찾는 지역에 심어나갔다.

이런 열정에 LA시 당국도 화답을 했다.

지난해 5월 28일 시내 한복판인 아드모어 공원에 무궁화 2백주를 심자는 그녀의 요청을 허가해준 것. "LA 근처에 사는 어떤 덴마크 사람이 조국에서 바위를 가져와 자기 정원에 놓고 이런 팻말을 붙여놨어요. '고향땅 만져보고 싶은 사람은 오세요' 라고 - .그후 그의 정원은 관광명소가 돼버렸지요. 저도 그런 정신적 고향을 만들고 싶었어요. "

공원 속 동산에 고향의 무궁화를 심고 싶었던 嚴목사는 지난해 말 일시 귀국했다가 뜻있는 사람들의 도움을 얻게 됐다.

무궁화보급실천회 주승백 (朱承伯.61) 회장이 무궁화 품종 중 가장 좋은 혈통으로 알려진 홍단심과 백단심 5백그루를 선뜻 기증한 것. 이 사실을 알게된 아시아나항공측도 묘목의 무료운송을 약속했다.

세기말을 앞두고 한그루의 무궁화를 심는 嚴목사. 그녀가 진정 심고자 하는 것은 영영 지지않을 (無窮) 한국인의 정신 바로 그것이었다.

글 = 정형모.사진 = 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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