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엄나들목]월 스트리트 저널 1000년 1월1일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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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월 스트리트 저널은 11일 '서기 1000년 1월 1일자' 신문을 배달, 독자들을 어리둥절케 했다.

새 천년 맞이를 위해 과거를 돌아보자는 취지로 만든 밀레니엄 특집이다.

특집기사 중 '지난 1천년간 인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혁신' 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 서기 1000년 1월 1일자 = 진짜와 똑같이 만들어진 이 신문은 월 스트리트 저널 특유의 편집스타일인 좌우 양대 톱기사로 '신성 로마제국 오토3세, 대기독교 문명권 건설에 박차' 와 '활기 넘치는 대 (對) 아시아 향료무역' 을 게재했다.

아웃룩 (조망) 난에는 92년 미 대선 당시 클린턴 진영의 선거구호를 흉내내 '이젠 교육이다, 밥통들아 : 동양이 서양을 앞서는 이유' 라는 분석기사를 실었다.

유럽권이 침략과 노략질에 빠져 있는 동안 중국의 송나라와 이슬람.비잔틴제국은 문자해독과 수리지식으로 대표되는 교육으로 경제발전의 틀을 쌓아가고 있음을 반성하자는 내용. 서기 999년 연말에 종말론이 사회를 불안케 했으나 아무 탈 없이 밀레니엄을 넘겼고, 유럽의 편자 가격이 올랐다는 경제단신, 세계인구가 2억5천만명에 육박한다는 소식도 들어있다.

◇ 1천년간의 혁신 = 세계의 저명 인사들에게 한가지씩만 꼽아달라고 물었다.

미국의 미래학자 피터 드러커는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한 것 (1445~1455) 만큼 중요한 혁신은 없었다" 며 글자의 발명, 책의 발명, 인쇄술의 발명, 전자정보혁명 등 인류의 4대 정보혁명 중에서도 인쇄술을 첫손으로 꼽았다.

리콴유 (李光耀) 전 싱가포르 총리가 뽑은 것은 의외로 에어컨. 그는 "열대 지역 사람들의 생활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며 "에어컨 덕으로 덥고 습한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다른 지역 사람들과 얼마든지 생산성 경쟁을 벌일 수 있게 됐다" 고 강조했다.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미 시카고대 게리 벡커 교수는 '경쟁의 이득에 대한 인식' 을 들었다.

"경제활동뿐만 아니라 유권자의 이익을 대변하기 위한 정치인들의 경쟁이 민주주의의 토대고, 종교의 자유는 신봉자들을 더 늘리기 위한 종교간의 경쟁을 허용하는 것" 이라는 논리다.

"사상의 자유와 경쟁은 진실에 다가가는 가장 좋은 방법" 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일본의 경영컨설턴트 겐이치 오마에는 "빌 게이츠의 윈도 버전1이 나온 1985년을 아마도 후세의 역사가들은 '게이츠 원년 (Anno Gates)' 이라고 부를지 모르겠다" 며 "이 해에 CNN이 방송을 시작했고, '게이츠 전 (BG)' 1년에는 시스코가, BG3년에는 델 컴퓨터가 각각 창업됐다" 고 부연했다.

워싱턴.뉴욕 = 김수길.김동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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