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는 출범,대책은 제자리…中企 4%만 대비 나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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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더이상 미루면 곤란하다'. 유럽 11개국 단일통화인 유로가 새로운 기축통화로 자리잡는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은행 등이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무엇을 어떻게 해야될 지 알지못하고 있으며, 특히 중소기업은 대부분 96%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조사)가 손도 못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들은 나름대로 유로화에 대한 전략을 짜고 있지만 아직은 결제계좌를 개설하는 정도의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고 은행들도 유로화를 다른 현지 통화로 바꿀 수 있는 전산시스템조차 갖추지 않은 곳이 적지않은 상태다.

◇ 국내기업 움직임 = 주요 종합상사들은 이달초 은행에 유로화 결제계좌를 개설했다. ㈜대우의 경우 4일 외환.제일은행과 홍콩의 두 군데 은행 등 네곳에 결제계좌를 열었고 LG상사는 외환.한빛은행, 삼성물산은 한빛, 현대종합상사는 외환은행에 각각 계좌를 만들었다.

그러나 아직은 ▶유로화 출범에 따른 새로운 환위험을 어떻게 관리할지▶유럽 현지법인의 회계자료.급여시스템을 어떻게 유로화로 바꿀지▶유로화 표시 해외증권을 어떻게 발행할지 등 구체적인 대책은 아직 논의수준에 그치고 있다.

중소기업들은 더 딱하다. 은행에 유로화 결제계좌를 트는 등의 기본적인 조치는 물론이고 ^앞으로 유로화 보유를 어떻게, 얼마나 늘려나갈지^유럽 각국 통화에 따라 제각각인 현지 제품가격을 어떻게 조정할지 등 문제가 산적해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3년간 유로화와 기존 통화가 함께 통용된다고는 하지만 지멘스.필립스.벤츠.BMW 등은 올해부터 단계적으로 유로화로만 결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비하지 않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고 말했다.

◇ 어떻게 해야 하나 = 외환은행 관계자는 "유럽과 무역하는 업체는 당장 유로화 결제계좌를 만들어야 하며, 유로화로 대금을 받은 뒤에는 달러로 바꾸기보다는 회사명의의 유로 예금계좌를 개설하는 게 유리하다" 고 말했다.

그래야 유로화를 달러로 바꾸는 데 따른 수수료를 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유럽 기업들이 유로화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얼마간 유로화를 보유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KIEP) 관계자는 "유럽계 은행들과의 거래를 늘리고, 특히 그동안 교류가 적었던 이탈리아.스페인계 은행들과도 접촉할 필요가 있다" 고 지적했다.

유럽계 은행들은 이미 유로화를 이른 시일내 기축통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유로 예금계좌를 적극 유치한다는 전략이다.

고현곤.김남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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