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제시 '과거정권 비리 규명'에 한나라당 발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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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경제청문회와 관련, 12일 여당이 제기한 '과거정권 비리혐의 규명' 에 한나라당이 발끈했다.

한나라당은 경제청문회 국정조사 계획서를 날치기 처리해놓은 여당이 궁지를 모면하기 위해 딴소리를 하는데 불과하다고 일축하고 있다.

"책임을 모면하려는 정치 쇼" 라는 것이다. 국회 529호실 사태와 날치기 법안처리 등으로 처지가 옹색해지자 구정권을 희생양으로 만드는 여론몰이를 통해 국면반전을 꾀하려는 의도라고 몰아붙였다.

민주계 의원들의 반발은 한층 거칠었다.

'반쪽 청문회' 에 부담을 느낀 여당이 국민에게 청문회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청문회가 무산될 경우 몰아칠 과 (過) 를 야당에 떠넘기기 위해 선수를 치는 것이라며 흥분했다.

한나라당은 여당의 이러한 발언이 정략적 목적이 담긴 발언일 뿐 구체적 비리가 포착되거나 불거져 나온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속으론 떨떠름해 한다.

어차피 파고들면 크든 작든 문제가 나오지 않겠느냐는 우려다.

하지만 자민련이 이날 '여야 동참 청문회' 로 선회하는 등 국민회의와는 전혀 다른 소리를 내자 다소 안도하는 표정이다.

자민련의 이날 입장이 견지되면 여당 단독 청문회 개최가 사실상 불가능해지기 때문에 한나라당으로선 급할 게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당 일각에서 제기된 청문회 재협상론에 대해 이회창 (李會昌) 총재 등 지도부는 "날치기 통과된 국정조사계획서는 원천무효" 라며 단호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청문회가 제대로 되기를 바란다면 우선 날치기로 통과시킨 국정조사계획서를 백지화하는 것은 물론 청문회특위 여야 동수 (同數) 구성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동시에 당초의 합의처럼 정책청문회가 되도록 분명한 약속을 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내각제 개헌 논의를 희석시키고 정계개편 명분이나 축적하려는 의도에서 청문회를 이용하려는 발상을 버리라는 주장이다.

국민회의가 큰소리치곤 있지만 단독 청문회를 강행하기는 어려우리라는 판단을 하고 있는 한나라당은 어떤 측면에선 느긋해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14일 있을 이회창 총재와 YS의 회동은 아주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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