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시즌 통계로 본 스키장 안전사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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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해마다 스키장에서는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적지않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 한국스키장사업협회가 전국 12개 스키장을 대상으로 집계한 97~98시즌 안전사고 통계에는 총 2천여건이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는 중상만 집계한 것으로 가벼운 찰과상이나 염좌 등을 포함하면 1만여건이 넘는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그중 타박상과 찰과상이 빈도수가 높은 사고로 손꼽힌다. 그러나 인대손상이나 골절상은 발생건수는 적지만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정덕순 정형외과교수는 "여러 개의 슬로프가 교차하는 곳에서 발생하는 충돌사고는 교차로에서 일어나는 자동차사고와 마찬가지로 위험도가 크다" 며 "이 경우 인대 손상이나 탈골.골절상을 수반해 2~3개월의 치료를 받아야 하는 중상을 입게 된다" 고 설명한다.

97~98시즌 사고발생빈도를 보면 타박.염좌 (관절이 삐는 것) 52%, 열상 (피부가 찢어지는 상처) 22%, 골절.탈골 10%, 인대손상 9%, 기타 7% 순이었다. 특히 골절.탈골의 경우 팔.손목.손가락 등 상체부위가 전체의 45%를 차지했으며 부위별로는 손목관절 부상 22%, 쇄골 (가슴 앞면 위쪽에 있는 뼈) 17%, 하퇴부 골절이 12%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폴없이 스피드를 즐기는 스노보드나 스노블레이드가 눈에 띄게 늘어나면서 손과 팔부위의 골절상을 호소하는 스키어도 증가추세에 있어 이에 대한 대책도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경험도 측면에서는 경력 1년이내의 스키어가, 하루중 사람들이 가장 붐비는 오후 1~4시 사이에 사고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일별로는 장거리 운전에 따른 피로도가 높고 정신이완 현상이 뚜렷한 주말에 환자가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토요일 오후 스키를 즐길 때는 다른 때보다 안전사고에 유의해야 한다.

스키장의 시설미비로 인해 발생하는 사고 건수는 극히 일부분이고 대부분은 스키어의 부주의로 일어나고 있다. 그중 자유자재로 방향전환이 가능한 스노보드는 빠른 속도를 내다가 대형사고를 일으키게 된다.

자신의 실력보다 높은 상급자코스에서 스키를 즐기거나 술을 마시고 스키를 타다 사고를 내는 경우도 많은 것이 요즈음의 추세다. 이들 대부분은 10~20대 초반의 젊은 층으로 스키장마다 슬로프를 감시하는 패트롤의 지시를 따르지 않다가 낭패를 본 것이다.

전년도 사망사고가 발생했거나 사고가 많은 수키장일수록 다음해 발생빈도가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데 95~97시즌 리프트고장으로 곤욕을 치뤘던 베어스타운은 97~98시즌 전년도에 비해 사고발생이 50%나 줄어들었다.

한편 스키장사업협회 이보섭사무국장은 "스키장은 체육시설이므로 남을 먼저 배려할 줄 아는 예의를 갖춰야 한다" 며 "슬로프의 펜스 등 모든 시설물만 믿고 스키를 타다 보면 큰 사고에 직면하게 되므로 스키어가 자신의 능력에 맞게 스키를 즐기는 것이 사고를 줄일 수 있는 최선책" 이라고 조언한다.

김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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