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대학입시 논술문제 해설]서울대학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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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제시문 (가) 는 꿀벌.개미.야생칠면조 등 네가지 사례를 통해 개체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으로 생각됐던 동물들도 혈족보존을 위해 개체의 이익을 희생한다는 것을 담고 있다.

이는 공동체를 위한 개인의 희생을 개체 및 공동체의 '이익' 의 관점에서 설명하는 것이 핵심이다.

민족공동체의 이익도 구성원들의 이익의 관점에서 이해.해석될 필요가 있음을 암시하는 내용이다.

반면 제시문 (나) 는 '아 (我)' 의 개념을 '대아 (大我)' 와 '소아 (小我)' 로 나누고 민족에로 수렴하는 '대아' 를 강조함으로써 자아가 민족공동체로 확장돼야 한다고 주장한 글이다.

이는 신채호가 독일 철학자 피히테의 영향을 받아 민족정신의 실현을 위해 개인을 희생하는 것이 진정한 자아의 실현임을 강조한 것이다.

즉 민족공동체가 단순히 개개인의 '이익의 총합 (總合)' 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민족정신과 같은 객관적이고 초월적 원리임을 강조하는 것. 개인의 이해관계를 넘어선 민족정신이나 공동체를 위한 헌신을 요구하는 신채호의 입장은 피지배 민족의 해방과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유의미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자칫 개인의 이익과 자발성을 외면한 전체주의가 될 수 있으며 쇼비니즘이 될 수 있다.

특히 현대와 같은 세계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개인의 이익과 무관한 어떤 민족공동체적 논리는 개인의 자유와 이익을 절대적으로 침해하는 것이어서 보편성과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이 논제는 개인의 이익의 관점에서 공동체를 조명하는 제시문 (가) 를 참고로 바로 이같은 문제점을 비판하라는 것. 최근 학계에서 논의되고 있는 공동체주의와 개인주의 사이에 이뤄지고 있는 논변을 배경지식으로 깔고 있는 논제였다.

김창호 학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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