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여… '대화.압박 병행작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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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의 계속되는 강경투쟁에도 여권은 별로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다.

국민회의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이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의 회담을 제의해 놓은 만큼 반응을 기다려 보겠다는 투다.

정동영 (鄭東泳) 대변인은 여권이 '대화.압박 병행작전' 을 펴고 있다고 했다.

연 3일간의 국회 변칙처리를 통해 필요한 법안은 모두 통과시킨 데다 경제청문회 개시를 위한 법적 조치도 완료한 상태여서 느긋한 분위기다.

야당이 요구하는 김대중 대통령의 사과와 이종찬 안기부장의 파면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입장이다.

국회 529호실 사태로 빚어진 안기부 정치사찰 의혹에 대한 파장이 잦아들고 있다는 자체 판단도 작용한 듯하다.

다만 야당의 원외투쟁이 장기화하는데 따른 부담을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래서 야당 의원 출국금지 해제나 긴급 현안질문 채택 등의 사안에 대해선 야당이 원외투쟁을 중지하는 조건 하에 당 지도부가 재량껏 처리하기로 했다.

이밖에 경제청문회 개시 시점을 며칠 연기키로 했는데 이것도 야당의 참여를 유도 내지 압박하기 위한 조치다.

국민회의 한 간부는 "야당측에서 강경투쟁을 누그러뜨릴 수 있는 최소한의 명분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야당 내부사정을 감안할 때 최소한의 명분만 가지고 해결되겠느냐" 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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