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면서 살 빠지겠지'안심말아야-65년 졸업생 조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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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초등학교 4~6학년 때 뚱뚱했던 어린이들은 성인이 됐을 때 비만일 확률이 그렇지 않았던 어린이들에 비해 거의 두 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계백병원 비만클리닉 강재헌 (姜載憲) 교수가 서울대 예방의학교실의 안윤옥 (安允玉) 교수와 공동으로 65년 A초등학교를 졸업한 남자 졸업생 4백2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이 연구는 초등학교 6년간 생활기록부상 키.몸무게로 알아낸 비만 정도와 현재 체질량지수를 비교해 소아비만과 성인비만의 상관관계를 밝혀낸 국내 첫 역학조사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초등학교 4~6학년 때 다른 아동들에 비해 뚱뚱했던 남성들은 그렇지 않은 남성들보다 현재 비만인 비율이 1.8배나 됐다. 또 초등학교 3학년 때 상대적으로 뚱뚱했던 남성들은 현재 고혈압을 앓고 있는 비율이 그렇지 않는 남성들보다 1.4배나 돼 소아비만과 성인이 된 후의 고혈압도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구팀은 이런 연구결과에 대해 "어른이 된 후 살이 찌면 지방세포의 수는 변함이 없고 그 크기만 늘어나지만 어릴 때 살이 찌면 지방세포의 크기 뿐 아니라 수 자체가 늘어나기 때문일 것" 으로 풀이했다. 지방세포의 수는 한번 늘어나면 절대로 줄어들지 않아 성인이 된 후 살을 빼더라도 다시 찔 가능성이 많다는 것.

姜교수는 "당시에는 현재보다 영양상태가 나빴는데도 소아비만과 성인비만이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며 "영양상태가 좋은 요즘 아이들은 성인이 될 30년쯤 후엔 비만이나 고혈압으로 고생할 가능성이 훨씬 크다" 고 밝혔다.

연구팀은 "소아비만이 엄연히 치료해야 할 질병의 하나라는 사실이 명확해졌다" 며 "부모들이 아이들이 어릴 때 뚱뚱해도 '저러다 키가 크면 괜찮아지겠지' 라고 안일하게 생각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이번 연구결과가 보여준다" 고 강조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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