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LG 반도체 통합 재확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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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현대와 LG 두 그룹의 총수가 반도체 통합문제를 놓고 4일 전격 회동, 통합원칙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LG측의 반발로 진통을 겪어온 반도체 통합은 기정사실화됐으며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통합협상도 활발해질 전망이다.

그러나 양측은 이날 회동에서 반도체 평가기관인 아서 디 리틀 (ADL) 사의 평가결과를 둘러싼 이견을 좁히지 못해 협상타결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정몽헌 (鄭夢憲) 현대 회장과 구본무 (具本茂) LG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 롯데호텔에서 손병두 (孫炳斗)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박세용 (朴世勇) 현대 구조조정본부장. 강유식 (姜庾植) LG 구조조정본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반도체 통합법인 설립문제에 대해 협의했다.

지난해 12월 24일 ADL사가 현대전자. LG반도체에 대한 평가결과를 발표한 후 두 그룹 총수가 직접 만난 것은 처음이다.

양측은 회동에서 "지난해 12월 7일 청와대 정.재계 간담회 때 반도체를 통합하기로 했던 합의정신을 존중해 이른 시일 안에 통합을 이루도록 한다" 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또 ADL이 양사 합의 아래 선정한 평가기관이라는 데 이의가 없다는 점도 확인했다.

그러나 현대는 "ADL의 평가결과를 수용한 후 협상을 해야 한다" 는 입장인 반면 LG는 "평가의 공정성을 인정할 수 없어 재실사가 필요하다" 는 주장을 되풀이했다.

전경련 고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오는 14일 열릴 회장단 회의 때 양측이 통합의 기본원칙에 합의, 발표토록 해 재계의 단합된 모습을 보여주자는 게 전경련의 입장" 이라면서 "이번주 양측이 협상을 계속한 뒤 그 추이에 따라 전경련이 중재안을 낼 수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반도체 통합 협상은 이번 주말께가 고비가 될 것이며 다음주 초 전경련이 구체적인 절충안을 갖고 중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孫부회장은 "현재 전경련이 중재안을 마련한 것은 없으며 당사자들이 자주 만나다보면 의외로 좋은 결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반도체 재실사 여부에 대해 "양측이 합의 아래 절차를 밟아온 만큼 재실사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고 설명했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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