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개혁화두]"관료조직에 메스를 대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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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강형기 (충북대.행정학) 교수의 '관 (官) 의 논리 민 (民) 의 논리' (비봉출판사.1만원) 는 상투적인 얘기가 담긴 것으로 치부하고 넘어가기 십상인 책이다.

'관은 안된다. 관민이 아니라 민관이다' 는 식의 논의와 시행방침이 난무했기에 그렇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 저자는 무척 공격적인 자세를 취한다.

"민간항공사의 보유여객기 15% 매각발표를 왜 건설교통부가 하고 재벌기업의 빅딜계획 발표에 청와대가 나서는가. 그러니까 국민은 시내버스 운전기사에 불친절에 건설교통부를 욕하고 라면가게에 손님이 떨어져도 대통령의 탓이 된다. " 저자는 이를 성과보다는 선전에 급급해 한건을 터뜨림으로써 존재의 이유를 과시하려는 관의 타성으로 규정하고 있다.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새 메뉴를 내지 못하는 한계를 양념 주무르기로 때우는 것. 그러다 보니 공무원사회에서 '비용 대 수익' 개념은 완전 실종상태인데다가 공동체주의 또는 부처 할거주의가 판을 친다.

자숙이라는 이름의 비판 금기풍토가 조성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관이 내세우는 신중한 일처리는 근거규정에 갖다 맞추기일 뿐, 민간기업에서의 납기개념은 찾아볼 수 없다.

결과보다는 수단과 절차에 매달리는 것은 새로운 서비스 '수요창출' 에 실패하고서는 '수속창조' 에 급급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무사안일.복지부동.선례답습형 행정처리에 머물고 있으면서 항상 '근무중 이상무' 를 외치고 있다는 저자의 지적은 전례없이 비판적이다.

"우리 관료제의 한계와 위기상황을 절감케 할 필요성이 있다. 많은 공무원들이 이 책의 지적사항들을 부정하면서라도 끝까지 읽어주기만을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흐르다가 여울목져도 백번이고 굽이쳐야 할 우리이기에' 비분강개할 계기라도 만들고 싶을 뿐이다. (…) 혹독한 표현들은 변화의 가능성을 기대하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이에 저자는 논의의 초점을 '기관개혁' 에서 '기능개혁' 으로 돌려세운다.

정부부문도 민간과 경쟁하는 한 주체일 뿐, 독점적 지위를 갖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따라서 경쟁력이 떨어지면 과감히 기능을 폐지하고 필요하면 주저없이 새로 기구를 만드는 이른바 '스크랩 앤드 빌드' 의 의지를 보여야 한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정부조직의 평가와 존속여부 결정.시행권을 직접적인 당사자에 맡겨서는 곤란하다는 점이다. '정부의 실패' 를 해결하는 전제조건으로 제시돼 있는 것은 정보공개의 원칙이다.

여기다가 저자는 과감한 민간이양을 통한 정부기능 공룡화 방지와 일몰제 (일명 선셋법칙 : 정부기관 폐쇄촉진법) 시행 등을 내놓고 있다. 이에 대한 관료사회 조직원의 반응은 어떻게 표출될까. 비록 저자의 지적이 상당수 유능하고 양심적인 공무원에게 앙금을 남길지라도 올 한해 개혁화두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

허의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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