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신춘중앙문예 희곡 당선작]거리위 작업실(4)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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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여자 : 이러다 고양이가 물어 가면 어떡할래.

남자 : ….

여자 : 빨리 나가 보자. 어차피 전화해도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잖아. (남자를 끌며) 나가보자.

남자 : (여자의 손에 이끌려 작업실 밖으로 나간다) 아기의 울음소리 더욱 커진다.

4.도망

스치듯 들려오는 오토바이 굉음소리. 삐끼, 작업실 뒤 높은 단 위에 올라 주위를 살핀다.

삐끼 : (나지막이) 약 있는데 한 번 안 해 볼래. (주머니에서 일회용 주사기를 꺼내 보이며) 요즘 본드 부는 놈이 어디 있어? 이십 일 세기가 다가오는데 넌 계속 쌍팔 년도로 살래. 중독은, 적당히 하다가 끊으면 되지. 단속? 웃기는 소리하고 있네. 아는 놈이 한 번 걸렸는데 비싼 변호사 쓰니깐 금방 나오더라. 변호사 비용으로 사천. 일억 벌어서 사천 썼으면 괜찮은 장사지. 어때, 생각 있어?

음악 소리와 오토바이 굉음 소리가 들려온다.

욕이 섞인 환호성과 요란하게 울리는 클랙슨.

소리 : 단란주점은?

삐끼 : 말 마라. 불경기는 불경긴가 보다.

요즘 아저씨들 없다 없어.

소리 : 쏘러 가야지.

삐끼 : 백이십오 갖고 뭔 재미로.

소리 : 노원 애들이 씨부랄 달고 나온댄다.

삐끼 : 확실해?

소리 : 가 봐야 알겠지만 여기서 뭐 할거야.

삐끼 : ….

소리 : 어쩔래.

삐끼, 단 위에서 빠르게 벗어난다.

오토바이 굉음소리와 환호 소리. 이어 들리는 경찰차 사이렌 소리. 경찰들을 비아냥거리는 욕지기, 오토바이가 미끄러지는 소리가 뒤섞인다.

삐끼, 다리를 절며 조각상 옆으로 몸을 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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