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지자체]1.친철.서비스경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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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지자체들이 변화하고 있다.

우선 예전과는 달리 주민들을 대하는 태도가 친절해졌고 서비스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질' 좋은 행정서비스를 제공하지 않으면 주민들에게 외면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셈이다.

변화하는 지자체의 모습을 3회에 걸쳐 시리즈로 싣는다.

지난해 12월26일 어머니 상 (喪) 을 당했던 金모 (34.광주시북구일곡동) 씨는 공무원들의 달라진 모습에 깜짝 놀랐다.

동사무소에 전화로 매장 (埋葬).사망신고에 관해 문의했더니 직원이 직접 찾아와 서류를 손수 만들어가는가 하면 공원묘지 이용방법까지 자세히 가르쳐 주었다.

처음 당하는 일이고 경황이 없던 처지였던지라 여간 고마운 게 아니었다.

광주시북구가 지난해 11월16일부터 상가 (喪家)에 공무원을 보내 매.화장 및 사망신고 등을 현장 처리해주는 상제 (喪制) 도우미제의 혜택을 받은 것이다.

두번째 단체장을 주민의 손으로 뽑으면서 지자체 공무원들이 친절해지는 등 행정서비스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다.

임명직 시절처럼 군림 (君臨) 하는 관 (官) 의 모습은 거의 없어졌다.

지방자치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결과다.

친절은 이제 기본이 됐고 서비스에 임하는 공무원들의 자세도 소극적 태도가 적극적으로 바뀌고 있다.

대구시달서구가 보건소를 개편한 보건복지사무소에서 지난해 12월16일부터 펴고 있는 '원터치 서비스' 는 그 대표적 사례. 노인.장애인이 신청한 일만 처리해주는 게 아니라 생활보호대상자 해당 여부를 확인해주고 무료이발.목욕탕 소개 등도 해준다.

경북의성군은 읍.면의 5일장마다 공무원들이 장터로 나가 민원을 접수 처리하고 있다.

충남연기군은 공휴일이더라도 장이 서는 날은 조치원읍.금남면.전의면 사무소 문을 열어 민원서류를 떼준다.

교통이 불편한 동네 주민이나 장애인들에게는 전화로 민원신청을 받은 뒤 구청 차량으로 집까지 가져다주는 대구시동구의 민원택배제도 이젠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일반화됐을 정도다.

지자체들이 문을 활짝 열었다고 하면서도 '보이지 않게 가지고 있던' 문턱이 없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남강진군이나 경북김천시에서는 가로등이나 상하수도 고장 등 생활속의 불편을 기동처리반까지 두고 신속하게 해결해주고 있다.

농기계 고장조차 현장에 달려가 실비의 부품값만 받고 수리해줘 농민들의 찬사를 받고 있다.

행정서비스 개선은 생존경쟁의 차원에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충북청주시의 경우 지난해 10월 한달 이상 걸리던 공장설립 인허가를 불과 4일만에 내줘 화제가 됐었다.

'전국에서 기업 하기 가장 쉬운 도시' 로 만들어 풍요한 지자체를 만들겠다는 계획과 무관치 않다.

그러다보니 지자체들은 공무원들에게 가혹한 채찍질도 서슴지 않고 있다.

전남도는 직원들의 전화 친절도를 지난 97년7월부터 전문기관에 맡겨 매달 조사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엔 불친절 평가를 두 차례 이상 받은 6명을 보직없이 대기발령시켰을 정도. 물론 우수평가를 받은 실.과에 대해서는 모두 숙직근무를 빼주는 '당근' 도 있다.

민원인이 친절, 불친절을 표시하는 친절엽서제를 실시중인 대구시는 그 결과를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불친절 공무원은 가나안농군학교에 보내 특별교육을 받게 한다는 계획이다.

전남대 신원형 (愼元亨.48.행정학과) 교수는 "지자체들이 친절해지고 주민들의 의견을 행정에 반영하는 것으로 제 몫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궁극적으로 규정에 얽매이지 않고 모든 일을 주민본위로 처리하는 등 행정서비스의 질을 국민들이 낸 세금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고 밝혔다.

이해석.홍권삼.안남영.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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