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반응] “전세 대출 늘어 세입자 불안 다소 완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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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전세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종합대책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발등의 불인 전셋값 상승세를 꺾는 데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여서다. 정부가 건축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원룸 등을 통해 주택 공급량을 늘리기로 했지만 실제 입주까지는 공급 효과가 없다. 주택산업연구원 권주안 연구실장은 “건축 규제가 덜한 도시형 생활주택도 착공 후 입주까지 최소 6개월 정도 걸리기 때문에 당장 효과를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오피스텔도 마찬가지. 오피스텔은 도시형 생활주택 등보다 인허가와 공사에 시간이 더 많이 걸려 2~3년이 소요된다. 동문건설 김시환 전무는 “이미 설계가 끝나고 일부 공사가 진행 중인 오피스텔들이 바닥 난방 등을 위해 설계변경을 추진하면 입주 지연으로 단기적으로는 공급량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원룸·오피스텔 등은 주로 소형주택 공급 확대책이다. 1~2인 가구가 이들 주택의 주된 수요자다. 그런데 최근 전세시장에서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주택은 주로 중형이다. 3~4인 가구 수요가 높은 것이다. 이 때문에 원룸 등의 공급이 늘더라도 전세 품귀현상을 주도하는 중형주택 전세 수요를 달래기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많다. 전문가들은 “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게 가장 확실한 전세 대책인데 정부의 공급 대책은 시간과 크기 등에서 시장 불안을 안정시키기에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전세대출 확대는 당장 전셋값이 모자라는 세입자들의 불안감을 다소 줄여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공급 대책이 아니어서 전셋값 안정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서강대 김경환(경제학) 교수는 “전세자금 대출 지원 대책은 전셋값 상승분을 메워야 하거나 전세자금이 달리는 사람들의 숨통을 틔워 주는 정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오히려 전셋값 상승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전셋값 대출로 전세시장의 유동성이 풍부해지면 오히려 전셋값 상승세가 굳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사업성에 민감한 민간은 주택 공급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공공이 주택 공급량 확대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한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공공이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 민간 공급까지의 시차를 좁혀야 한다”고 말했다. 중장기적인 전세시장 안정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 특히 내년 이후 한꺼번에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재개발·재건축 이주 수요를 분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J&K부동산투자연구소 권순형 소장은 “단계적인 사업으로 이주 수요가 흩어지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철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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