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민주당 승세 굳혔나 … 벌써 내각 하마평 솔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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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30일 실시되는 일본 총선에서 제1야당인 민주당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면서 새 내각의 조각 하마평이 일찌감치 나도는 등 정권교체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민주당의 압승 예고는 아사히(朝日)신문이 20일 “민주당이 300석을 차지하고 자민당은 100여 석으로 급감할 것”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처음 보도했을 때만 해도 현실성이 커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21일 요미우리(讀賣)신문·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민주당 300석 이상 가능’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잇따라 공개하면서 민주당이 승세를 굳히고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 22일에는 마이니치(每日)신문·교도(共同)통신도 거의 비슷한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자민당은 선거 일주일을 앞두고도 열세를 만회하지 못하고 있다. 480명을 선출하는 중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241석 이상을 차지할 경우 단독 정권을 수립할 수 있다.

선거 분위기가 이렇게 돌아가자 민주당 대표인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내각의 조기 출범과 조각 인선에 대한 구상도 드러나고 있다. 3대 요직인 재무상·외상·관방장관에는 정치인들이 입각할 전망이다. 이들 자리에는 각각 후지이 히로히사(藤井裕久) 최고고문,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간사장, 간 나오토(菅直人) 대표대행 등이 거명되고 있다고 산케이신문(産經新聞)이 23일 보도했다.

재무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후지이는 과거 대장성(현 재무성) 출신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민주당은 집권하면 아소 다로(麻生太郞) 총리 주도로 자민당이 편성한 내년 예산을 처음부터 새로 짠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시간이 촉박하기 때문에 예산과 재정에 정통한 후지이 최고고문이 적임이라는 것이다. 외상으로 거론되는 오카다 간사장은 당내 차세대 총리 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만큼 리더십과 신망이 높아 안정감이 필요한 외상에 적임이라는 의견이 모아지고 있다. 내각의 대변인인 관방장관은 간 대표대행이 맡아 관료 집단 개혁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계획이다.

하토야마 대표는 사민당·국민신당과 연립정권을 구성하겠다고 공언했기 때문에 후쿠시마 미즈호(福島瑞穗) 사민당 당수와 가메이 시즈카(龜井靜香) 국민신당 대표대행의 기용도 예상되고 있다. 지난 15일 민주당에 입당한 다나카 마키코(田中眞紀子) 전 외상도 총선 승리에 일정 부분 기여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각료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민주당이 신설키로 한 연금담당상에는 연금 관리의 문제점을 폭로해 ‘미스터 연금’으로 불리는 나가쓰마 아키라(長妻昭) 의원이 거명되고 있다.

또 국회를 총괄할 당 간사장에는 민주당의 실권자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대표대행이 거명되고 있다. 하토야마는 오자와에 대해 “선거에 정통하고 당의 단결력을 높였다. 걸맞은 포스트를 맡기고 싶다”고 중용 의사를 분명히 했다. 아예 부총리 직을 신설해 오자와에게 최고의 예우를 하는 방안도 동시에 검토되고 있다.

도쿄=김동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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