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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리더십 분권 역량 갖추도록 돕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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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수도권은 대기오염으로 연간 1만1000명이 조기 사망하고 최대 10조원이 넘는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수도 서울은 출퇴근에만 도로에다 세시간씩 쏟아부으면서도 생활의 질과 삶의 행복을 이야기하는 '이해하기 어려운 자학적 도시'라는 쓰디쓴 표현도 있다.

지방은 지방대로 낙후돼 사람 사는 흔적을 찾아보기 어려운 적막강산이 돼가고 있다.

이제는 10년 뒤 우리의 서울과 지방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할 때가 됐다. 지역마다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해 국가경쟁력을 높여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참여정부는 지방화 정책 및 분권 전략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특히 분권 전략의 향도로서 제주에서 '제주도 특별자치 구상'을 계획 중이다.

제주 특별자치 구상은 분권 및 자치와 관련해 자치입법.자치사무.자치재정 확대 등을 담고 있다. 특히 경찰교육 등과 관련해 시범자치 실시, 중앙부처 특별행정기관의 통합, 계층구조 축소 등 현재 수준에서 볼 때 상당히 파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제주도로서는 지역사회의 통합성 확보와 사회능력 제고를 위해 도(道) 전체적으로 구조.기능의 틀을 새롭게 세울 좋은 기회를 맞고 있는 셈이다.

사실 이 같은 구상은 중앙정부가 자치단체들을 분권화된 통치체로 보는 등 기존 자치의 개념을 대폭 확장한 것이다. 자치단체들을 단순히 공공서비스를 분할 공급하는 단위 또는 선언적 의미의 민주주의 보루라는 식의 형식적 대접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또 지자체들이 특화 발전을 가능하게 하도록 자치와 관련된 특례를 허용하고 그 바탕 위에서 중앙 중심에서 벗어난 정치적 의사결정과 집행, 경제적 자원 관리, 문화 창조 및 향유 등 지방 공동체로서 스스로의 '자존'을 관리토록 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 같은 지방분권의 과정에서 유념해야 할 것이 있다. 즉 중앙에서 지방으로 넘어온 권한이 지방에서 다시 하나의 권력주체에 집중될 수 있는 점이다.

이는 지방의 인적.물적 역량이 부족한 현실에서는 자칫 분권의 부작용이 분권 이전시대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를 하게 한다. 따라서 중앙으로부터의 분권과 함께 새로운 집권에 대한 지방 내부의 견제장치 및 지방 권력의 재분권도 깊이 다뤄질 필요가 있다.

분권과 자치의 보장은 지방으로서는 전혀 새로운 도약의 기회다. 그러나 많은 지방이 기회를 활용하기 위한 분권 역량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지역의 협동적 리더십을 창출할 분권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금 막이 오르는 분권시대가 또다시 후퇴하는 위기를 맞지 않도록 먼저 지방의 분권 역량을 갖추는 데 국가적 총력을 모아야 한다.

송재호 제주대 교수·관광개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