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국립암센터 건물만 지어놓고 운영계획 미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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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29일 오후 경기도고양시일산구마두동 정발산 기슭에 자리잡은 국립암센터 건축현장. 4천평 규모의 연구동 부지에는 당초 10층으로 지을 예정이던 건물이 2층만 올라가 있고 철근 골조가 앙상하게 허공을 가르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는 아예 정부가 건축비를 내주지 않아 공사가 중단된 때문인지 연구동 주변에선 인부의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연구동 바로 옆 1만1천1백평 부지에 우뚝 선 5백병상 규모의 10층짜리 대형 병동은 의료장비만 들어오면 바로 가동할 수 있는 상태지만 내부는 텅 비어 있다.

시공업체인 ㈜태영 직원의 안내로 손전등을 비춰가며 자기공명영상 (MRI) 장치가 설치될 예정인 지하실로 내려가자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전기가 없어서 공조시설을 가동하지 못해 곰팡이가 핀 탓이다.

이처럼 지난 91년부터 8년간 1천2백31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국민의 혈세 (血稅) 를 쏟아 붓고 있는 국내 최초의 국립암센터가 정부의 졸속행정으로 허공에 떠 있다.

지난 89년 설립이 결정돼 92년말 착공, 96년 개원 예정이던 암센터가 정부의 ▶잦은 계획변경 ▶늑장 예산집행 ▶운영주체 미확정 등 무책임한 행정으로 표류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복지부는 암센터 건립이 한창이던 지난 94년 충북 오성 보건의료산업단지로 암센터를 이전하는 계획을 세웠다가 1년만에 철회해 공사지연을 부추겼고, 정부 예산집행도 늦어져 장비 한대 확보하지 못한 채 당초 6백30억원이던 공사비만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또 행정자치부가 공무원 수를 늘릴 수 없다는 이유로 제동을 걸면서 아직까지 운영주체 (국가 또는 민간위탁) 도 확정못해 오는 2000년 개원도 불투명한 상태.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계획없이 무리하게 암센터 건설을 추진한 것이 원인" 이라며 "책임이 규명돼야 한다" 고 주장했다.

박태균.양영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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