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실습 1년]당정.2여 툭하면 마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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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소수.연합정권은 우리 정치사상 초유의 경험이다.

원내 제1당인 한나라당과 사회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구 (舊) 여권세력을 설득하고 때로는 실력으로 정면돌파하기 위해선 공동여당의 강력하고 지혜로운 리더십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여권 수뇌부인 DJP의 리더십은 강한데 반해 조세형 (趙世衡) 총재권한대행과 박태준 (朴泰俊) 총재 등 국민회의.자민련 지도부의 리더십은 취약하다.

국민회의는 당론에 위배되는 행동을 하는 소속의원들에 대해 '엄중 경고' 를 하기로 결정했으면서도 현재까지 실제로 경고받은 의원은 거의 없다.

집행력의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다.

趙대행과 朴총재의 지도력이 제대로 먹히지 않는 것은 당내 실세 (實勢) 들이 별도로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실세들은 중요문제 발생시 당지도부와 상의하기보다는 DJP 수뇌부의 의중을 타진하고 이에 따른다.

당 지도부의 리더십이 먹힐 여지가 없는 셈이다.

국민회의엔 한화갑 (韓和甲) 원내총무를 비롯, 이른바 金대통령과 의사소통이 긴밀한 동교동계 의원들이 엄연한 정치적 세력으로 자리잡고 있다.

金대통령은 趙대행에게 하위당직자의 인선권을 부여하는 등 나름대로 힘을 실어주는 조치를 취했지만 별다른 효과가 없다.

趙대행 스스로도 조심해 '무리수' 를 두지 않으려는 듯하다.

자민련이 민감한 국정현안에서 김용환 (金龍煥) 수석부총재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충청권 주류' 와 박태준 총재 세력으로 나뉘곤 한다는 점은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김종필 (金鍾泌) 국무총리의 마음을 실어 전달하는 金수석의 말 한마디는 때로 朴총재의 발언보다 더 강력한 정치적 무게로 당내에서 인식된다.

공동정권의 최고위급 당정회의인 국정협의회가 제 기능을 상실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스스럼없이 나오고 있다.

김종필 총리가 주재하는 회의지만 김중권 (金重權) 대통령 비서실장, 양당 지도부, 박상천 (朴相千) 법무장관 (필요시 참석) 등 개성 강한 참석자들의 다른 의견들이 속시원히 정리된 적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은 金대통령의 국정운영스타일과도 무관하지 않다.

2여 (與) 간 민감한 갈등문제를 국정협의회와 같은 중간 의견조율 장치를 통해 풀기보다 본인이 직접 해결하려 하기 때문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내년 봄 모두 전당대회가 예정돼 있어 취약한 정당지도력이 어떻게 보완될지 주목된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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