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관련법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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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헌법재판소가 24일 내린 그린벨트 관련 법 조항 헌법불합치 결정은 개인의 재산권이 공공의 이익과 충돌했을 경우 어디까지 개인 재산권이 인정돼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법적 기준을 최초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또 그린벨트 내 토지 소유자들이 개발제한에 따른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제한적이나마 열렸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도시 주변의 자연을 보전해 시민의 건전한 생활환경을 확보하고 남북한 대치상태라는 특수한 국가 안보상황에 대비한다는 그린벨트 설치의 근본 취지는 헌법에 부합하지만 구역지정으로 인해 토지를 종래 목적으로 이용할 수 없게 될 경우에도 보상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는 게 이번 결정을 통해 세워진 기준.

예를 들어 그린벨트 지정 당시 임야나 농지의 경우 실제로 그대로 사용되고 있다면 이는 토지재산권의 공공성에 비춰 개인이 다소간 피해를 감수해야 하나, 그린벨트로 토지이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진 나대지나 그린벨트에 묶여 있는 동안 주변 환경의 도시화 등으로 사용이 불가능해진 농지 소유자에 대해서는 국가가 보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헌재는 특히 "그린벨트 지정으로 인해 개발 가능성이 없어져 땅값이 떨어졌더라도 이는 토지 소유자가 감수해야 할 사회적 제약의 범주에 속하는 것" 이라고 판단했다.

헌재 관계자는 이에 대해 "사회의 공공복리와 개인의 재산권 충돌에 대해 절충을 시도하면서도 토지가 지닌 공공성에 대해 보다 비중을 둔 결정" 이라며 "이 때문에 보상대상이 엄격히 제한됐다" 고 설명했다.

이번 결정에 따라 조속한 시일 내에 법 개정이 불가피해졌으나 보상에 대한 구체적 기준이나 방법은 건설교통부 등 관련 부처와 국회가 최종 결정하게 된다.

전반적인 취지만 지정할 뿐 위헌적 요소를 없애는 '방법' 의 선택에 대해서는 입법기관 등에 일임한 셈이다.

헌재는 9년여에 걸친 최장기 미제사건이었던 해당 조항에 대한 헌법불합치 판단을 3년 전 이미 마쳤으나 결정이 주는 파급효과를 고려, 선고를 연기해오다 최근 건교부가 그린벨트에 대한 전면적 개선작업에 착수하자 한달 전 평의를 마치고 결정문 작성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결정에서 소수의견으로 조승형 (趙昇衡) 재판관이 위헌, 이영모 (李永模) 재판관이 합헌 의견을 냈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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